설익은 전기차 정책..'물건너 간' 충전기 3만대 연내 설치

산업부 ‘전기차 충전기 구축방안’ 무기한 연기, 원점 재검토
아파트부지 공모, 완속 충전기 실효성, 운영관리 문제 봉착
2000억 재원 마련 난항, 한전 이사회 “경제성·주민싸움 우려돼”
전문가들 “설익은 정책에 후유증..단기 실적 채우기 벗어나야”
  • 등록 2016-09-22 오전 6:00:00

    수정 2016-09-22 오전 7:28:42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연말까지 4000개 아파트 단지에 충전기 3만대를 설치하겠다던 정부의 전기차 육성 방안이 첫발도 못 떼고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사업 공모조차 못하고 있고 재원 마련도 난항을 빚어 정책 로드맵을 원점부터 재검토 중이다. 신산업을 추진한다면서 설익은 정책을 대통령 보고까지 해놓고 뒷수습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산업부가 발표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방안’이 당초 계획과 달리 부지 공모 등 사업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모를 언제할지 결정된 건 없다”며 “계획 세웠던 부분과 달리 자세히 봐야 할 부분이 많은 상황이어서 연내에 3만기 설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부는 8월부터 부지 공모를 시작해 심사·선정(9월), 구축(10월) 절차를 거쳐 연내에 충전기 3만대 보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축 비용의 경우 한국전력(015760)이 2000억원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는 산업부가 지난 7월 7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 보고한 ‘전기차 발전전략’ 일환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보고 이후 본격적인 사업 준비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사업 타당성·경제성·실효성 문제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주차난 등 주민 반감이 있어 입주자대표회의 동의서를 받는 등 4000곳 아파트 입주민 동의를 얻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급속 충전기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완속 충전기를 보급하는 실효성 문제도 불거졌다. 충전기 설치 이후 운영 관리를 한전이 맡을지, 다른 곳에 위탁할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전 이사회에서도 이 같은 사업 문제 등을 고려해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이번 달 이사회에 전기차 충전기 재원 관련 안건이 상정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재논의 예정인 다음 회의는 빨라야 다음 달이다. 사외이사 등 관계자들은 “경제성·실효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주주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2000억원을 지원하는 게 타당한가”, “충전기를 설치한 뒤 주민들 간 싸움이 나면 한전이 뒷감당을 어떻게 할 건가” 등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업계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산업부의 무리한 사업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신속하고 면밀한 전기차 정책을 짜는 구조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데 설익은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산업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으로 나눠져 전기차 컨트롤타워 부처는 없는 상태다. 산업부조차도 전기차 관련 부서가 뿔뿔이 흩어져 있고 최근엔 한전 관련 전기차 충전기 사업 담당과조차 바뀌었다.

박재용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장은 “전기차 충전기 보급이 필요하지만 설익은 정책으로 무리하게 늘리려고 하면 후유증, 혼란만 커질 것”이라며 “정부가 단기간 실적 채우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10년, 20년을 내다보며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주차장에서 ‘개방형 전기차 충전소 1호 착공식’이 열렸다. 산업부는 이날 “8월 말부터 공모·평가·선정을 거쳐 연내 최대 4000개 내외 아파트에 완속 충전기 총 3만기 보급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사진=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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