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한은을 '남대문 출장소' 쯤으로 보는 文정부

靑 김현철 금리 발언, 한국은행 중립성 훼손 논란
  • 등록 2017-08-18 오전 5:50:46

    수정 2017-08-18 오전 5:50:46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들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옛 새누리당(당시 여당)의 당 대표(2014~2016년) 시절,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공개 발언을 참 많이 했다. 당시 김 대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향해 “과감한 결단” “용감한 결단” 등의 표현을 썼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새누리당 최고위원(2012~2014년)이었을 때 “기준금리를 획기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기준금리를 내려 경제를 활성화시켜 보자는 그 충정을 왜 모르겠냐만은, 어쨌든 이는 한은 금통위의 중립성 훼손 논란을 낳았다.

그 선봉에 섰던 게 당시 야당이다. 2015년 3월12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00%에서 1.75%로 전격 인하했을 때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수석대변인을 맡았던 김영록 전 의원은 이렇게 논평했다. “정부와 여당의 인하 압박은 한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매우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은의 중립성은 한은법 제3조에 명시돼 있다. 이유가 있다. 중앙은행의 목표는 ‘안정’으로 수렴된다. 달아오른 파티의 술잔을 뺏는 역할이다. 한은이 선거에 나간다면 ‘백전백패’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안정 성장을 위해서는 정치권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생각이 한은법에 녹아있는 것이다.

시간은 흘렀고, 세상은 바뀌었다. ‘금리의 유혹’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최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본지 인터뷰를 보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 권력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 보좌관의 발언 중 주목 받은 건 “기준금리가 1.25%인 상황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다. 기자는 다르게 본다. “(박근혜정부가) 고압적으로 기준금리를 너무 낮춰버리는 바람에”에 방점이 찍힌 것 같다. 그는 또다른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는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장기적으로 추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기준금리는 정치가 정한다’는 생각이 기저에 있음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과거 한은이 재무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폄하되던 때를 떠올리면 과한 것인가.

전세계 중앙은행의 중립성 투쟁의 역사까지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문재인정부는 김 전 의원이 2년 전 했던 공식 논평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었으면 한다. 게다가 김 전 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오른 이 정부 핵심이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정치 과잉의 사회라고 하지만, 권력을 잡았다고 손바닥 뒤집듯 정책관(觀)이 바뀌는 건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익명을 원한 한 국립대 교수는 “김 보좌관은 지금 교수가 아니다”면서 “정권 초 청와대 실세가 통화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유행어에 빚대자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게 적폐(積弊)가 아니라 기준금리에 개입하는 게 적폐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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