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그린벨트 개발 판교·마곡 본보기 삼아야

  • 등록 2017-12-14 오전 5:30:00

    수정 2017-12-14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정부가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주택 공급 확대 정책으로 발표한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개발을 두고 부동산 시장에는 말들이 많다.

정부가 공개한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 주변의 토지시장은 투자자들로 들썩이고, 일부 지역에선 ‘한탕주의’를 노린 기획부동산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보유했던 땅을 헐값에 수용당할 것을 우려한 원주민들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환경론자들은 수도권의 허파인 그린벨트를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내주려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일련의 현상은 역대 정권의 그린벨트 개발이 발표된 후 ‘데자뷔’라는 점에서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그린벨트는 박정희 정권이 1971년 7월 30일 서울 외곽을 최초로 지정한 후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유지된 제도다. 그린벨트에서는 최소한의 증·개축만 허용되기 때문에 땅값이 주변 지역의 절반 이하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의 한정된 보상 자원과 수요자가 선호하는 입지를 고려할 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활용하는 방식은 가장 매력적이다. 노무현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 등 서민 주거 안정의 기치를 내건 역대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 모두가 그린벨트를 활용했기에 가능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그린벨트를 풀어 청년·신혼부부들의 주거난 해소를 위한 ‘신혼희망타운’을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린벨트를 개발해 주택을 공급한 덕분에 한동안 수도권 주택시장이 안정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판교, 마곡, 위례, 화성 동탄 등 그린벨트에 들어선 수도권 신도시는 중산층·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적지 않는 기여를 했다. 반면 원주민들로부터 시세보다 싸게 땅을 수용한 그린벨트 지역을 분양아파트로 개발해 공공성을 훼손하고 오히려 청약 과열을 불러일으킨 부작용도 있었다. 그린벨트 훼손지를 도시공원 등으로 복구해 상응하는 녹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만 하더라도 신도시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론에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하지만 규제의 칼날만으로는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에 한계가 있다는 여론을 수용해 수요자들이 선호할 만한 수도권 그린벨트 지역을 풀어 집을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앞으로 수도권 일대 40여 곳의 그린벨트를 풀어 16만 가구가 들어설 공공택지를 신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분당신도시와 붙어 있는 판교신도시나 김포공항 인근의 마곡지구는 수십년간 개발 압력을 버텨내고 2000년대 중반에서야 비로소 첫 삽을 떴다. 판교는 벤처·스타트업의 요지로, 마곡지구는 LG 연구·개발(R&D) 단지가 들어서 업무와 주거 시설이 공존하는 현재 가장 핫한 도시로 발전했다. 이는 수십년간 보존의 성역이던 그린벨트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선대에게 물려받은 그린벨트를 개발하기로 결정한 이상 후대에게 떳떳하게 남을 제대로된 도시를 개발해야 한다는 사명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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