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축근무요? 휴가도 못가요”…공무원 근무혁신대책 실효성 논란

관계부처 합동 '정부기관 근무혁신 종합대책' 발표
임신·육아기 공무원 2시간 단축근무…배우자 출산휴가 10일
초과근무한 만큼 일찍 퇴근하는 '타임은행제' 도입
"연차도 다 못 쓰는데"…중앙부처 공무원 연차소진율 50%
"일 없는 공무원들만 쓸 수 있는 제도일 뿐"
  • 등록 2018-01-17 오전 5:00:00

    수정 2018-01-17 오전 5:00:00

면접장으로 향하는 예비 공무원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정부가 내놓은 ‘공무원 근무혁신대책’을 두고 공무원 사회 내에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공무원들의 평균 연차소진율조차 50% 수준에 그치는 상황에서 초과근무한 만큼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시간보상 제도가 과연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는 것. 또 임신·육아기 직원들의 근무시간 단축제도 역시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한편 시민사회에서는 공직사회만 점점 더 좋아지고 실제 민간으로 전파는 안돼 상대적 박탈감만 키운다는 불만도 나온다.

초과근무 시간으로 보상…배우자 출산휴가 10일로

정부가 ‘공무원 근무혁신대책’을 내놓은 것은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이루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9월 48개 중앙부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근무시간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월 평균 초과근무시간은 비(非)현업직은 31.5시간, 현업직은 70.4시간으로 나타났다. 현업직이란 경찰이나 세관 등 상시근무 체제나 토요일·공휴일 정상근무 필요가 있는 공무원을 말한다.

해양수산부 현업직 공무원의 1인당 월평균 초과근무시간은 158.3시간, 소방청 144.8시간, 관세청 110.1시간 등으로 조사됐다. 현업직 공무원들의 월 평균 근무시간(2738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000시간 더 많다. 초과근로에 시달리다 보니 휴가가기도 쉽지 않다. 작년 중앙부처 공무원 연평균 연가사용일수는 10.3일로 연차소진율이 50.5%에 머물고 있다.

이에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는 16일 ‘정부기관 근무혁신 종합대책’을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마련해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김판석 인사처장은 “공직사회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장시간 근로문화를 해소하고 효율적 근무여건 조성의 모범이 돼야 한다”며 “주 5일 근무제가 공직에서 시작돼 민간부문에 정착됐듯이, 근무혁신이 공공부문과 민간까지 확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초과근무시간을 금전 외에 ‘시간’으로도 보상하는 타임은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초과근무는 축적되기만 하고 보상도 금전으로밖에 안했지만 이를 시간으로도 해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날은 초과근무시간만큼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모바일 전자정부, 정부 클라우드 서비스 등 ICT기반의 스마트한 업무환경 확산을 통해 장소의 제약 없이 보고하고 의사결정을 해 효율적 업무 수행이 가능토록 하고 일상적·반복적 교대근무 등에 첨단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불필요한 근무시간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임신·육아기에 있는 공무원들은 1일 2시간씩 단축근무를 허용하고 배우자 출산휴가도 현행 5일에서 10일로 확대하는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복무제도를 개선했다. 이번 대책은 우선 중앙부처 대상으로 시행하며 지자체와 공공기관로의 확산은 관련 부처에서 검토할 예정이다.

“쓰라는 연차도 다 못쓰는데…현실성 떨어져”

이같은 내용의 근무혁신 대책에 중앙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근무 여건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취지 자체는 좋지만 실제 인력구조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제부처에서 근무 중인 A 서기관은 “일이 너무 많아 연차휴가도 제대로 못쓰는 마당에 초과근무를 시간으로 보상한다고 한들 누가 쓸 수 있나 싶다”며 “국 하나가 하나의 법만 담당하는 부처가 있는가 하면 사무관 한명이 너댓개 법률을 들고 있는 부처도 있다. 그런 공무원들에게 휴가는 남얘기”라고 말했다.

같은 부처에서 근무 중인 B 서기관도 “일이 개인별로 할당돼 있고 업무를 대체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타임은행제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특히 대국민서비스를 하는 부처에서는 담당직원이 단축근무로 자리를 비워서 없다고 하면 아마 장관 해임 청원 들어올 수도 있다. 공무원들만 상대하는 행안부, 인사처같은 부처만 쓸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한편 열흘간의 배우자 출산휴가, 타임은행제 도입 등 민간에서는 보기 드문 혁신적 제도를 내놓는 공직사회를 향한 시민들의 반응도 떨떠름하긴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에 근무 중인 김소원(가명) 과장은 “하루 연차내기도 눈치보이는 상황에서 맨날 뉴스보면 공무원들만 좋은 얘기만 나와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며 “공직사회에서 시작해 민간까지 전파되도록 한다는데 불가능한 얘기다. 공무원만 좋고 다른곳은 다 열악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일러스트=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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