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 점점 멀어지고 있다

  • 등록 2020-01-13 오전 5:00:00

    수정 2020-01-13 오전 5:00:00

북한이 미국의 대화 의사를 뿌리친 것은 물론 남한의 중재 노력도 거부함으로써 한반도 긴장 국면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그제 발표한 담화에서 “유엔 제재와 핵시설을 통째로 바꾸자고 제안했던 베트남에서와 같은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북·미 대화 재개의 선결요건으로 북한의 요구를 전폭 수용해줄 것도 내걸었다.

그는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북·미 정상의 특별한 연락 통로도 모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생일(1월 8일) 축하인사를 긴급 전달한다며 설레발쳤다”고 비아냥댔다. 김 위원장이 이미 친서를 직접 받았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북한에 친서를 전달했다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전날 발언을 꼬집은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에는 대화의 벽을 높이면서 남한에는 모욕적 언사로 망신 주는 양수겸장을 부른 셈이다. ‘허망한 꿈’, ‘바보 신세’, ‘숨 가쁘게 흥분에 겨워’라는 등의 표현이 그것이다. 김 고문이 “북·미 정상의 친분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남한에 대해서는 “중뿔나게 끼어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고 핀잔하는 한·미 이간질도 기존 전략과 다르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친분을 거론하며 판을 완전히 깰 뜻은 없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이미 김 위원장이 지난 1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무기’를 거론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 상황에서도 아직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그렇다고 한반도를 북·미 양자의 손에만 맡겨선 결코 안 된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외교 실적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만에 하나라도 북핵을 용인하는 선에서 타협한다면 우리에겐 더없는 재앙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북핵은 언급도 하지 않고 김 위원장의 답방만 주문한 것도 안일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젠 ‘대북 짝사랑’에서 벗어나 현실적 대안을 모색할 때다. 이른바 ‘코리아 패싱’을 피하려면 어느 쪽과 손잡아야 할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미군 없는 한반도 방위는 생각할 수 없다. 더욱이 북한의 완전 핵포기가 한반도 평화의 기본 요건임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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