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정세균 "DJ가 발탁해 盧·文이 키운 준비된 일꾼"

경제인 출신 丁, ‘코로나 상흔’ 지울 K-회복 적임자 자신
“재보선 참패, 맞을 땐 맞아야… 친문vs쇄신 갈등은 다양성 표출”
"악재 겹친 韓 경제혁신에 정부혁신 더해야 미래 밝아"
"미중갈등, 눈치보지 말고 국익 따라 실리 외교 필요"
"정세균 만큼 투쟁한 민주당 대표 없었다, 박근혜 탄핵한 의장이 나"
  • 등록 2021-05-06 오전 6:00:00

    수정 2021-05-06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로 이끌어 주셨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장관으로 발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총리로 기용했다. 세분으로부터 다 인정받는 행운이 이 세상 어디 있겠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모처럼 웃었다. 지난 3일 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 방역과 정치·경제·외교 현안에 무거운 표정으로 대답을 이어가다 DJ(김대중)와의 인연에 대한 질문에 표정을 풀었다. 지난달 총리직을 퇴임 한 그는 가장 먼저 일산 김대중 사저를 찾은 후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이후 전국을 돌며 바닥 민심을 다지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정 전 총리는 ‘준비된 일꾼’을 전면에 내세우며 대권을 향한 행보를 시작했다. 쌍용그룹의 상무이사로 지내다 1995년 정계에 진출한 후 6선 국회의원, 당 대표, 장관, 국회의장, 국무총리 등 소위 ‘대통령만 빼고’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거쳤다. 경륜과 수차례 민주당을 위기에서 구해낸 능력 그리고 여야를 통틀어 적을 만들지 않는 부드러운 리더십이 강점이다.

정 전 총리는 경제인 출신을 강조하며 자신이야말로 ‘코로나19 상흔’을 지우고 K-방역에 이은 K-회복을 이끌 적임자라 내세우고 있다. 그는 “큰 위기에 처해있는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이후 원상회복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IMF 위기를 관리하면서도 정보통신기술(IT)과 벤처 등을 준비하셨듯 K-회복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비전을 갖춘 일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 혁신’에 ‘정부 혁신’을 더한 게 눈에 띈다. 정 전 총리는 “대한민국은 저출산 고령화와 수도권 인구 집중이라는 두 가지 악재를 한꺼번에 맞았다”며 “이 문제에 해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은 미래를 경쟁할 경쟁력과 자산을 확보하는 ‘경제 혁신’을 이뤄야 하고 정부는 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신하는 ‘정부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만 굼뜬 지지율은 숙제다. 여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으나 5%의 벽이 높다. 정 전 총리는 “지지율은 (경선 혹은 본선 등) 필요할 때 나와야지 지금은 아무 소용이 없다”며 반등을 희망했다.

다음은 정 전 총리와 나눈 일문일답.

-연전연승하던 민주당이 4·7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국민이 민주당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면서 기대가 컸으나 부응하지 못했다. 회초리 맞는 건 당연하다. 잘못해놓고 매를 피할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이 기회에 더 잘해야 한다.

-4·7재보궐선거가 끝난 후 민주당이 문파(文派)·쇄신파 대립으로 시끄럽다.


△180석 거대여당이 일사불란하기를 바라는 건 무리 아닌가. 오히려 다양성으로 봐야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았으나 송영길 대표가 선출됐다. 격차가 적었다고 하나 한 표 차이로 뽑혔어도 그게 당심이다. 초·재선 최고위원이 다수 당선됐는데 새로운 세대로의 변화와 쇄신으로 읽었다.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경제 총리’ 기대가 컸는데 ‘코로나 방역 총리’가 됐다.

△인사청문회 때 경제·통합 총리가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방역에 초점을 맞췄다. 아쉽긴 하나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위기 극복의 일익(一翼)을 담당했다. 국민 그리고 의료진과 함께 K-방역을 완성한 게 의미 있으며 자부심도 있다.

-경제인 출신인 만큼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다.

△경제계에서도 기대를 표출하고 있어 사명감이 든다. 국민의 부름을 받으면 역할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경험해보지 않은 위험이 굉장히 많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남긴 상흔이 굉장히 깊을 것이다. 이것을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일꾼이 필요하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세상이 급변하는데 ‘경제혁신’과 ‘정부혁신’을 다 챙기지 않으면 현재의 대한민국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30% 선까지 떨어졌다. 한반도 평화나 비핵화에 과몰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코로나19에 가려 문 정부의 역할이 제대로 평가를 못 받고 있다. 아직 해결이 안 됐으나 문정부 임기 초 남북·북미 간 대립이 일촉즉발 상황까지 갔던 것을 돌이키면 위기관리를 잘했다. 거기가 검경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도입, 국정원 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이란 성과도 냈다. K-방역은 세계가 인정한 것 아닌가. 국민이 힘든 상황에 처하다 보니 평가가 박하다. 하지만 백신 접종으로 올가을쯤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면 문 대통령의 치적도 제대로 평가될 것으로 본다.

-K-방역 자화자찬하다 백신 확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방역을 잘했다고 평가받는 국가가 한국과 뉴질랜드 그리고 호주다. 그런데 이 나라가 모두 2월에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이 중에 한국이 접종률이 가장 높다. 방역에 성공한 나라들이 비슷한 시기 접종을 시작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방역은 시작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끝내는지가 더 중요하다.

-부동산 정책, 어떻게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보나.

△부동산 가격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면 백약이 무효다. 지금은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으로 가격이 오른다. 투트랙으로 중산층에는 적정 가격에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열고, 빈곤층에는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비용을 내고 살 수 있는 공공 임대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해야 한다. 무작정 수요억제 정책만으로는 안된다. 결국 공급이 중요한데 층수 제한을 풀거나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도 쓸 수 있다.

-세제 문제는?

△부동산 문제는 고차방정식이나 심플하게 접근해야 한다. 실수요자는 보호하고 투기꾼은 철퇴 내리는 원칙에 충실해 세제와 금융정책을 써야 한다. 불로소득 환수와 주거복지 구현 등이 거론되는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게 최우선이다.

-미·중갈등이 심해지면서 대한민국이 난처한 상황이다.

△친미와 친중을 놓고 이분법적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대한민국은 경제규모 10위의 국가다. 스스로 외교적 역량을 키워 국익을 우선으로 한 외교정책을 펴야 한다. 예전처럼 눈치만 볼 필요는 없다. 국익 우선 원칙이 확고하게 지키면서 동맹국인 미국, 인접국인 중국과 잘 지내는 노력을 하면 된다.

-‘5%선을 넘기면 해볼 만하다’는 평가 있다. 하지만 벽을 못 넘고 있다.

△언제 오를지는 ‘후 노우즈’(Who knows·아무도 모른다)다. 며칠 사이에 급등할 수도 있으나 그럴 땐 단단하지 않다. 천천히 다지면서 올라야 견고하다. 민심은 현장에 있는 것이지 여론조사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다. 민심이 왜 반영 안될까 생각도 했으나 요즘 움직이는 듯하다. 희망적이라 서운하지 않다. 결국 반영되지 않겠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경쟁은 피할 수 없는데

△두 분에 대해 날을 특별히 세운 적이 없다. 언론이 좀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이 지사는 자치단체장으로서 경기도민의 신뢰를 받고 있으며 윤 전 총장은 좋은 검사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두 분의 지지율은 오랜 시간 축적되고 견고하게 올라간 것은 아니라 본다. 지켜봐야 한다고 본다. 이낙연 전 대표와 호남을 놓고 다툰다는 데에는 글쎄다. 이제 예전만큼 지역주의가 강하지 않다.

-경선 연기론은 어떻게 보나

△대권 후보는 경기에 뛰는 일종의 선수다. 선수가 룰을 마음대로 할 순 없다. 당이 결정하는 대로 따라야지 이래라 저래라할 건 아니다.

-합리적이고 온화하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대선같은 거친 선거전에서 투쟁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내가 당 대표일 때보다 민주당이 투쟁적인 적이 없었다. 필요할 때는 단호하고 제대로 싸운다. 국민이 아직 모르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아마 앞으로 가진 기질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될 때 국회의장이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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