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싼 값에 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가 미국에서 폭발하고 있다.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발행이 올들어 사상 최대 규모까지 치솟고 있다.
| 연도별 미국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발행규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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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들어서만 애플과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 오라클 등 미국을 대표하는 최우량 기업들이 잇달이 대규모 회사채를 찍어내면서 올들어 지금까지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발행규모만 1조1500억달러(약 1270조원)에 이르고 있다. 당초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의 1조1300억달러를 이미 넘어선 역대 최대 기록이다.
대부분의 현금을 해외에서 보유하고 있는 탓에 자사주 취득 재원 마련을 위해 애플이 올 4월에 120억달러라는 올해 최대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지난달에도 미국 최대 약국체인인 월그린이 80억달러에 이르는 회사채를 찍었고, 미국 3위 석유업체인 코너코필립스도 30억달러 회사채 발행에 나선 바 있다.
이처럼 우량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는 것은, 미 연준이 내년쯤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리가 오르기 전에 좀더 낮은 금리에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들어 한때 시장금리가 오르긴 했어도 현재까지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평균 발행금리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던 지난해의 2.65% 수준에 비해 상하 0.5%포인트 내에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우량 회사채 발행 증가는 투자자들이나 월가 투자은행들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
올들어 투자적격등급 회사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평균 7.3%의 투자수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돼 1.5% 손실을 냈던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주관사를 맡은 월가 투자은행들의 수수료 수입에도 도움이 됐다. 올해 전체 회사채 발행 물량 가운데 12.7%의 인수주선을 독식한 JP모건체이스는 5년 연속으로 주관사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