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핀테크 혁명]쉬밍치 "韓, 핀테크 제대로 하려면 금융규제부터 풀어라"

  • 등록 2015-02-27 오전 5:00:00

    수정 2015-02-27 오전 8:28:59

[베이징=이데일리 김경민 특파원] “한국의 과도한 금융규제가 핀테크 발목을 잡고 있다. 인터넷 금융과 같은 새로운 산업을 제대로 키워내려면 기존의 틀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이데일리가 다음 달 5~7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개최하는 제4회 국제금융컨퍼런스(IFC)에 참석하는 쉬밍치(徐明棋·사진) 상하이사회과학원 세계경제연구소 부소장은 2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무릇 규제란 해당 산업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된다”며 “금융 감독이라는 금융위기를 막아내야 하지만, 금융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쉬 부소장은 “중국의 인터넷금융이 예상보다 빨리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관련한 규제가 없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면서도 “이제 이 산업을 더 건강하게 성장시키고 위험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도록 중국 당국도 인터넷 금융 관련 법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내달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인민대표대회·정치협상회의)가 열리는데.

△양회에서는 중국 정부의 보고에 대한 심의가 있을 것이고, 개혁 개방과 경제발전 문제의 다음 단계에 대한 토론이 열릴 예정이다. 중국 경제는 고속 성장에서 중고속 성장 구간으로 변하는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구간에 진입하고 있으며,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는 7.3% 안팎 수준으로 지난해 목표치 7.5% 내외보다 살짝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후강퉁을 시작으로 중국 금융개혁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중국의 금융체제개혁은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 전면심화 개혁 결의를 통해 결정된 내용에 따라 추진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올해 금융개혁의 핵심은 금리시장화와 자본시장의 순차적 개방이다. 금리 변동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후강퉁에 이어 선강퉁도 연내 실현될 것이다. 자본 시장 개방의 핵심인 상하이 자유무역지구(FTZ)와 관련한 규제도 더욱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FTZ가 확대되고, 위안화 적격 외국인투자자(RQFII) 인가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단기간 안에 중국 자본시장이 전면 개방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엔 위안화 절하 압력까지 커지고 있어, 개방은 점진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위안화 국제화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국 경제 규모의 확대와 금융시장 개방으로 위안화 국제화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다.

-중국의 핀테크 발전 속도가 눈부신데.

△중국 인터넷금융 성장 속도는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비교적 빠른 편이다. 벌써 전통적 금융 산업에 타격을 입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중국 인터넷금융이 발전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토대는 전자상거래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한 데 있다. 여기에 중국이 금융산업에 대해 비교적 엄격히 통제하고 있고, 대부분 국영기업이 주도하고 있어 민간기업들의 진입 장벽은 매우 높았다. 이런 이유로 민간 자본들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했던 인터넷 금융에 앞다퉈 진출하며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사실 중국 당국이 처음부터 인터넷 관련 분야의 금융산업을 지원해준 것은 아니다. 인터넷 분야는 새로운 산업이라 인터넷금융 관련 규제가 사실상 거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인터넷금융이 상상 이상으로 발전했다. 수요가 많았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전통적 금융산업이 대형 국영기업에 의해 주도되면서 중소기업이나 개인들의 대출 등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았는데, 인터넷 금융은 이런 수요를 모두 흡수하며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다.

-반면 한국 핀테크 발전 속도는 더디다.

△한국은 관련 제도가 갖춰져 있지만,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데서 오는 한계라 볼 수도 있다. 지나친 규제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아예 관련한 규제가 없는 것도 문제다. 현재 중국 당국은 관련 법규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물론 방향은 인터넷금융산업이 더욱 건강하게 성장하고, 관련 위험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인터넷 금융을 포함해 신흥산업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버려야 한다. 해당 산업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되 발전에 방해되지 않도록 고려해야 한다. 감독관리의 핵심은 금융위기의 제어에 있지 해당 산업의 발전 제한과 전통적 금융 산업 보호에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한국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면 관련한 규제를 과감히 개정해야 한다.

-인터넷 금융이 전통 금융산업을 대체할까

△ 인터넷 금융 발전의 전망에서 낙관적이지만, 몇몇 학자들의 주장처럼 인터넷 금융이 전통적인 금융산업을 대체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인터넷 금융은 더욱 편리하고 수수료가 저렴한 하나의 거래 수단일 뿐 전통적인 금융의 서비스 형태와 거래 규칙 또한 여전히 필요한 부분이다. 인터넷 빅데이터가 미래의 금융 산업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의견에도 역시 동의하지 않는다. 이 또한 하나의 거래 방식이 늘어나는 정도로 보면 될 듯하다. 인터넷금융으로 다른 업종과의 다양한 결합이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금융의 기본적인 경영방식인 은행·증권·보험·신탁 등은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예상한다.

-각국이 자국 경제를 위해 치열한 환율 전쟁을 벌이고 있고, 중국도 최근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낮추며 이에 동참하고 있는데.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면서 돈 풀기를 중단했는데, 이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정책에 나서고 있다. 이에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원하지 않는 일부 국가들이 차례로 통화정책 확장에 나서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환율전쟁이라고 부를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그 정도로 치열하게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중국 위안화도 달러대비 하락하고 있긴 하지만, 유로화나 다른 통화에 비해서는 가치가 상승했다. 중국 당국이 금리와 지준율을 내린 것은 위안화 안정화와 함께 중국 내수 경제 발전 상황까지 겨냥한 결정이었다. 중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긴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나빠지거나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국 부동산 가격 하락은 괜찮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이유는 과도한 거품이 끼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의 계산된 규제 정책 때문이다. 지금 중국에서 유동성 위기는 없다 보는 것이 맞고, 통화 공급 또한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부동산 기업들이 상당히 많은 대출을 차지하고 있어 정작 실물 경제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대출이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이런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와 지방정부들은 과도한 부채비율을 낮출 필요가 있으며 중소기업이 낮은 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국 경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는데

△ 한·중 무역 규모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경제 상호 의존도도 커지고 있다. 이에 양국은 정책 협조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산업·재정·금융 등 경제 분야에서 더욱 긴밀하게 소통할 필요가 있다.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은 대체로 성공적이다.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는 점은 한국 기업들에는 어려움이 될 수도 있다. 이에 한국 기업이 기술 수준과 혁신 능력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끊임없이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려는 기업은 중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 또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무역과 투자가 더욱 확대되고 성장에 새로운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쉬밍치(徐明棋) 상하이사회과학원 세계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중국에서 손꼽히는 국제경제 분야 학자 중 한 명이다. 상하이사회과학원 유럽연구센터 주임을 겸임하고 있다. 중국 세계경제학회 이사, 상하이세계경제학회 비서장, 아시아태평양연구학회 이사 등도 맡고 있다. 또 상하이사회과학원이 발간하는 학술 계간지 ‘사회과학’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1953년생인 쉬 부소장은 1976년 샤먼대학교를 졸업한 후 상하이사회과학원 세계경제학 석박사를 마쳤다. 주요 저서로는 ‘국제금융’ ‘시장 심화단계 중의 금융 재구성-국제적 금융 개혁의 비교연구 및 개발’ ‘현대세계경제와 정치’ ‘경제 강국-중국 평화 굴기의 추세와 목표’ 등이 있으며, 상하이 시 정부 등 국가급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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