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뉴욕서 막 걸음마 뗀 한국 패션

  • 등록 2015-03-04 오전 3:02:00

    수정 2015-03-04 오전 3:02:00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패션쇼 한 번 하면 비용이 엄청 많이 들죠. 다른 사람들은 유명세도 있고 하니 돈이 많아서 하는 줄 알지만 패션쇼를 하지 않는 디자이너는 금새 잊혀지기 마련이고, 그건 디자이너에겐 죽음과도 같아요. 그래서 무리해서라도 쇼를 하는 것이고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반응은 정말 달라요.”

지난달 19일 끝난 뉴욕 패션위크에 참석한 유명 한국 패션 디자이너의 한 측근은 최근 사석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디자이너는 6년 전 처음 뉴욕에 한국 디자이너들을 소개하는 ‘컨셉 코리아(Concept Korea)’ 사업에 참여했던 것을 계기로 그 다음부터는 자비로 뉴욕 패션위크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

해마다 두 차례,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에서 진행되는 뉴욕 패션위크는 전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각축장이다. 인지도가 높은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디자인이 우월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혹은 입지를 굳히기 위해, 인지도가 낮은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디자인을 알리기 위해 패션위크에 참여한다. 이탈리아, 프랑스와 더불어 세계 3대 패션 박람회로 손꼽히는 ‘뉴욕 패션위크’에 참여한 디자이너라는 수식어가 주는 무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디자이너가 아닌 일반 참석자들이 갖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패션쇼장 인근에서는 화보에서 뛰쳐나온 것 같은 독특하고 화려한 의상으로 한껏 치장한 일반인들을 찾아보기도 어렵지 않다. 때로 국내 연예인들 가운데 “따로 초대받지 않아도 뉴욕 패션위크에 참석한다”는 경우는 아마도 그만큼 패션에 자신있고, 관심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 시기에는 노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각종 패션 브랜드의 자본력이 총동원된다. 이 시기가 되면 패션 전문지는 물론 뉴요커(New Yorker) 등의 잡지의 내용은 온통 패션 관련 내용으로 도배되는데, 이때 패션 전문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패션 브랜드가 가장 많은 금액을 협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번 시즌 현지의 한 패션 관련 잡지의 경우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마이클 코어스가 표지를 장식했다.

앞서가는 패션 리더들의 관심을 선점하기 위한 뷰티, 정보기술(IT) 브랜드의 홍보전도 눈에 띈다. 지난해 가을 삼성전자(005930)는 뉴욕 패션위크 메르세데스 벤츠관에서 패션 브랜드 디젤과 콜라보레이션한 제품 액세서리 홍보관을 마련하기도 했다.

뉴욕에서 한국 디자이너들은 조금씩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동안 많은 디자이너들이 프랑스 파리에 집중해왔으나 뉴욕으로 눈을 돌리면서 실용적인 면을 중시하는 뉴욕 패션을 특성을 살려 꾸준히 고정 고객을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신진 한국 디자이너 의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젊은 디자이너들에게도 패션위크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컨셉코리아 예산은 점차 줄고 있다. 처음 컨셉코리아가 열린 2010년 약 20억원 정도였던 예산은 대구시가 공동 예산 집행을 중단한 뒤 점차 줄어 올해는 10억원대 초반 정도로 줄었다. 디자이너들 사이에선 아예 예산이 없어질 수 있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는다. 국가 예산을 집행하는 만큼 성과 측정이 필수적이지만, 이제 겨우 걸음마를 떼는 단계이고 패션산업이 단기간 내 성과 측정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좀더 긴 안목으로 예산을 배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와서 이번 패션위크에 참석한 디자이너의 쇼룸을 지난주 방문했다. 길을 지나다 의상이 눈에 띄어 매장에 들렀다는 한 손님은 누구의 작품인지를 묻다가 이번 뉴욕 패션위크에 출전한 디자이너 작품이란 말에 눈을 크게 떴다. 한참을 둘러보던 그는 신상품이 언제 입고되는지를 물어본 뒤 꼭 다시 오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잠시 뒤 매장에는 빨리 의상을 보고 싶어 예약시간보다 일찍 왔다는 여성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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