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읽어주는 남자]술자리 상사 뒷담화 녹음됐다면..불법? 합법?

대화에 참여 중인 사람이 녹음한다면 적법
불법녹음 형사재판 증거 안돼..불법녹음 도와도 처벌
민사·가사재판은 불법녹취도 증거 사용…형사처벌은 별개
  • 등록 2015-07-12 오전 6:30:00

    수정 2015-07-12 오전 6:30:00

녹음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 사회 곳곳에서 일상화됐다. (사진 = 조용석 기자)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 자주 쓰이는 기능 중 하나가 바로 녹음입니다. 간단한 조작으로 대화는 물론 전화통화 내용까지 생생히 녹음할 수 있으니 기억하기 어렵거나 혹은 증거로 남겨둘 필요가 있을 때 자주 쓰게 됩니다. 특히 ‘대화의 기록’이 중요한 기자들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기능이지요.

하지만 손쉬운 기능이라고 함부로 사용했다가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통비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취득한 내용을 공개 누설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기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그리고 5년 이하의 자격정지(선거권 및 피선거권, 공무원 자격 등)에 처할 수 있고요.

예를 들어볼까요. 지난해 여름 인천의 직장인 유모씨는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직장동료 2명이 사내 휴게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들이 자신을 험담하고 있다고 생각한 유씨는 회사에 녹취파일을 제공할 목적으로 자신의 휴대폰 녹음기능을 작동시킨 채 이를 휴게실에 두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유씨는 의도치 않게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셈이 됐고 결국 통비법 위반 혐의로 인천지법에 기소됐습니다. 인천지법은 지난 4월 “참작할 사정이 있고 행위의 의미를 잘 몰랐다”며 선고유예 처분을 내리긴 했으나 녹음 한 번에 전과자가 된 사실은 바뀌지 않았죠.

끊어지지 않은 전화통화를 녹음하는 것 역시 통비법에 저촉됩니다. 2013년 1월 노동조합 간부인 홍모씨는 통화를 했던 같은 노조 간부 남모씨가 전화가 끊어지지 않은 사실을 모른 채 또 다른 노조원과 조합원의 인사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엿듣게 됐습니다.

홍씨는 대화를 엿들은 것으로 모자라 녹음까지 했고 이를 토대로 녹취록까지 제작, 다른 노조원들이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9월 홍씨의 통비법 위반을 인정,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죠.

그렇다면 합법적인 녹음은 어떤 것일까요. 대화나 전화에 참여 중인 사람이 녹음한다면 이는 적법한 녹음입니다. 3명 이상의 다수가 대화를 하고 있을 때도 자신이 대화자로 참여하고 있다면 녹음해도 무방합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내가 대화에 참여했는지 여부만 따져보면 적법한지 아닌지 쉽게 알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불법 녹취한 증거는 형사소송법 상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원칙에 따라 형사재판 증거로도 사용될 수 없습니다. A씨는 부인이 전화가 연결됐다는 사실을 모른 채 다른 남자와 정을 나누자 이를 녹음했고 자신의 부인과 내연남을 간통죄로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대전지법 논산지원은 “불법녹음 파일은 증거능력이 없다”며 지난해 5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민사와 가사재판은 조금 다릅니다. 녹음 내용 자체가 위·변조 되지 않았다면 민사와 가사재판에서는 재판부에 판단에 따라 증거로 사용가능합니다. 대만 대가는 따릅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민사와 가사재판에서는불법녹음이라도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불법녹음 행위에 따른 형사처벌은 따로 받아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덧붙여 불법녹음을 도와주는 행위도 처벌 받습니다. 2011년 6월 윤모씨는 친구인 최모씨가 “아내와 이혼소송에 대비해 증거를 수집해야겠다”고 부탁하자 친한 CCTV업자를 소개해줬습니다. 윤씨는 최씨의 통비법 위반 행위를 방조한 것이 인정, 지난 6월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6월의 형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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