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문화재독립②] 어디에? 무엇이? 소재파악 첩첩산중

해외소재 문화재 현황 오리무중
개인 소장 땐 파악 어렵고
기관 수장고에 사장돼 있기도
환수 당할까 소장사실 숨기기도
광복 지후 환수작업 소홀
일본에 7만여점 최다 유출
  • 등록 2015-08-13 오전 6:17:30

    수정 2015-08-13 오전 7:55:27

이데일리 그래픽팀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환지본처’(還至本處).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서’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문화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광복 70주년을 맞은 우리의 현실은 전혀 ‘아름답지 못하다’. 구한말,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혼란기를 겪으면서 16만여점의 귀중한 문화재가 해외로 유출됐는데 더 슬픈 현실은 어느 곳에 어떤 문화재가 있는지 파악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 민간에서는 해외 유출 문화재를 적게는 수십만점에서 많게는 100만점 정도로 추산하고 있을 정도다.

◇첫단추 잘못 끼운 문화재 환수

해외소재 한국문화재는 일본에 가장 많다. 도쿄국립박물관 등 주요 소장처와 개인이 소장한 문화재는 무려 6만 7708건이다. 전체 16만 342점의 42%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일본소재 한국문화재로 국한할 경우 문화재 환수문제는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어느 정도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다. 한일 양국은 당시 한일협정을 맺으면서 부속 조약 중 하나로 ‘한일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라 한국은 일제강점시 당시 남선합동전기회사 사장이던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한반도에서 30년간 수집했던 유물인 ‘오구라컬렉션’을 포함해 약 4000점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1431점만 반환했다. 게다가 상당수는 가치가 낮은 것이었다.

미술계 한 원로 인사는 “한일협정 당시 문화재 환수문제가 본격적으로 언급되지 못한 건 시대적 한계였다”며 “한일협정의 가장 큰 목표가 청구권 자금을 경제발전에 이용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문화재 환수문제가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컸다”고 설명했다. 황평우 은평역사한옥박물관장은 “광복 이후 첫단추를 잘못 끼웠다. 약탈 문화재의 목록정리와 연구활동 등을 지원해야 하는데 국가는 의지가 없었고 그저 먹고사는 데 급급했을 뿐”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소장처·소장경위 확인…분야·시대별 파악도 필수

문화재 환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는 일이다. 우선 국가·기관·개인별 소유처는 물론 소장경위가 약탈·도굴 등 불법적인 방법인지 선물이나 기증·구입 등 정상적인 방법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더구나 약탈문화재의 경우 이미 오랜 시간이 흐른 뒤라 불법성 확인도 쉽지가 않다. 분야별 확인도 필수다. 도자기·회화·서예·금속공예·목침공예 등의 구분은 물론 등급이 국보급인지 보물급인지 아니면 인사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또 삼국시대 혹은 고려나 조선의 것인지 시대별로도 점검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개인이 소장해서 현황파악이 쉽지 않거나 공공기관 지하 수장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사실상 사장돼 있는 문화재다. 환수운동의 타깃이 될 것을 우려한 개인이나 기관이 공개 자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영국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에서 발견한 ‘고려사’ 전질 139권 19책의 필사본(사진=국외소재문화재재단).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설립 이후 환수 본격화

건국과정에서 문화재는 부차적 문제였다. 광복 이후 15년 만인 1960년이 돼서야 문교부 산하에 문화재관리국을 뒀다. 문화재 환수에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선 것은 광복 후 50년 가까이 흐른 1992년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일본을 중심으로 미주, 유럽 등 8개국의 해외 문화재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당시 조사를 주도한 이난영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장은 “사업을 시작할 때는 순수한 학술조사 차원에서 문화재 목록을 파악했다”며 “현지조사가 어려워 국제전화를 통한 팩스를 이용했다. 외국 박물관의 수장고를 열기도 쉽지 않아 공동조사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소재 문화재 현황조사가 급물살을 탄 것은 2012년 7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설립되면서부터다. 재단은 출범 이후 3년간 해외 문화재 실태조사 1만 2000여건, 유통 현황 모니터링 누적 2700여회 등을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미국 허미티지박물관 소장 ‘석가삼존도’와 해외 경매에 출품됐던 ‘곽분양행락도 8폭 병풍’, ‘범어사 칠성도’ 등을 환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밖에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과 프랑스 콜레주드프랑스 한국학연구소 등 해외기관이 소장한 한국고서, 회화, 칠기 유물 등 10여건의 보존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의 수많은 한국문화재가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 주요 소장처에는 ‘아미타지장보살병립도’와 ‘은제도금주자’ ‘승반’ 등 4만 4365점이, 독일 퀼른동아시아박물관 등에는 ‘수월관음도’ ‘청자양각모란문완’ 등을 포함해 1만 940점, 중국 베이징고궁박물원 등에는 ‘자치통감강목’ ‘청자거북형연적’ 등 9806점이 있다. 또 영국 대영박물관 등에는 ‘백자달항아리’ ‘기사진표리진찬의궤’ 등을 비롯해 7945점,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동양박물관 등에는 ‘김준근풍속화첩’ ‘금동연봉봉황장식철제은입사촛대’ 등 5699점, 프랑스 국립기메박물관 등에는 ‘직지심체요절’ ‘수국사감로탱화’ 등을 포함한 2896점의 문화재가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조선 후기 불화인 ‘범어사 칠성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 5월 원소장자인 범어사와 협력해 스위스 경매에서 매입 형태로 환수했다(사진=국외소재문화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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