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무기]한국형전투기 밑거름 된 최초 국산 항공기 'KT-1'

추락 위험 무릅 쓴 테스트 조종사 헌신 덕에 개발 앞당겨
개발 단계서 엔진 변경으로 4개월만에 형상 수정도
세계 12번째 항공기 생산국 진입..한국형전투기 개발 단초
  • 등록 2016-01-30 오전 6:00:00

    수정 2016-01-30 오후 5:10:08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국 공군 조종사들은 공군사관학교 졸업 후 경남 사천에 위치한 훈련비행단에서 초·중·고등 훈련을 받는다. 이 교육 과정을 거쳐야 대한민국 공군의 파일럿이 될 수 있다.

과거 공군의 초등 훈련기는 전면에 프로펠러가 달린 T-41이었다. 중등 훈련기는 납작한 모양의 T-37이었다. 1950년대 출시된 비행기들로 모두 미국산이다. 1980년대 들어 사용 수명인 30년이 넘어가면서 대체 필요성이 제기됐다.

군은 초등과 중등 교육 과정을 합쳐 기본 훈련 과정으로 통합해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초등과 중등 교육용 훈련기를 하나로 합쳐 경제성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정부는 터보제트에 프로펠러를 장착한 항공기용 제트엔진(터보프롭) 항공기를 독자 개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KT-1 기본 훈련기 개발이다. KT-1 훈련기 개발은 당시 시험 비행을 담당했던 공군 조종사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프로젝트였다.

초기 시험 비행 당시 조종석 보호덮개(캐노피)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캐노피 잠금장치가 느슨하게 만들어져 비행 중 풀린 것이다.

그러나 시험비행 조종사는 탈출하지 않고 목숨을 걸고 비행기지에 비상착륙했다. 조종사는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거센 바람과 소음을 피해 고개를 바짝 숙인 채 계기를 보면서 비행기를 조종했다. 활주로가 보이자 외부 전경을 곁 눈으로 보면서 비행기의 위치와 자세를 판단해 착륙을 시도했다. 추락할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모험이었다.

시험비행 조종사의 기량과 항공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일 조종사가 비상탈출했다면 항공기 추락으로 사고 원인 조사가 지연돼 기체 개발 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KT-1 기본훈련기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첫 국산 항공기 개발비용은 110억

1970년대 이후 많은 신흥 공업국들이 항공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항공기 자체 개발에 공을 들였다. 항공 산업은 민간과 군사 분야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고 설계 및 생산 기술 기반을 쌓아가고 있었다. 특히 일본과 대만은 우리보다 앞서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우리나라 항공 산업은 1970년대 대항항공이 미국 휴즈사 500MD 헬리콥터의 조립 생산한 것이 시작이다. 대한항공은 1980년 미국 노드롭사와 F-5E/F 조립생산 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전투기의 국내 조립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열악한 국내 항공 산업과 체계적인 기술관리 능력 부족으로 효과적인 기술 축적이 이뤄지지 않았다. 1980년대 초부터 민-관에서 동시에 우리나라도 이제는 항공산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1986년 훈련기 사업을 10대 중점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고 대통령의 지시로 항공산업육성회가 결성됐다.

이미 대한항공 뿐 아니라 삼성항공과 대우중공업 등 민간에서 항공산업 진출을 모색 중이었다. 군은 훈련기개발 예산으로 110억원을 책정했다. ADD가 개발을 담당하고 시제기 제작업체로 대우중공업이 선정됐다. 1988년 기본훈련기 개발 사업인 KTX(Korean Trainer Experimental)-1 프로젝트가 본격화된 것이다. 1996년 시험비행에 성공했고 11년만인 1999년 양산을 시작해 자국 항공기 보유 국가 대열에 들어섰다.

당시 우리나라는 KT-1 개발로 전세계에서 12번째로 국산항공기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 일본 등은 오래 전부터 항공기를 개발한 항공 선진국들이다. 이 외에도 스웨덴, 브라질, 중국, 인도네시아, 대만 등이 자국이 개발한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KT-1의 독자개발은 T/A-50 초음속 훈련기 및 경공격기의 국제공동개발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밑거름이 됐다. KT-1을 개량해 국산 로켓포 사격이 가능한 KA-1 공격전술기로 발전시켰다. KT-1은 국산전투기 양산을 목표로 시작한 한국형전투기(KF-X) 개발도 가능케 한 발판이다.

KT-1 훈련기 대체 전 훈련기였던 T-41(초등훈련기·왼쪽)과 T-37(중등훈련기) [공군 제공]
“이렇게 끝나는구나”, 아찔한 순간도

개발 과정에서 시련도 많았다. 엔진변경으로 시제기를 다시 설계하는 ‘대수술’을 한 적도 있었다.

950마력 엔진을 장착한 KT-1 기본 훈련기를 제작해 최초 시험 비행에 도전했지만 시험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시제기는 550마력용으로 설계된 기체였기 때문이다. 550마력에서 950마력으로 엔진이 변경되면서 항공기 안정성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사업 실패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지만 ADD는 특별설계팀을 꾸려 난관 돌파를 시도했다. 개발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통상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항공기 형상 수정을 4개월 내에 끝내야 했다.

ADD 특별설계팀은 항공기 전체 형상을 변경하는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전방동체, 날개, 후방동체 등 항공기 전체를 재설계했다.

당시 특별설계팀에서 일했던 ADD 관계자는 “4개월간 합숙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 난제를 멋지게 해결했던 기억이 새롭다”면서 “기본훈련기의 형상을 재설계하고 제작해 공군의 운용시험평가를 통과했다”고 회고했다.

시험평가를 통과했지만 또 다시 시련이 닥쳤다. 1995년 11월 명명식 행사 당시 성남 비행장 상공에서 시범 비행하던 시제기 1대가 추락한 것이다. 사고 현장을 지켜본 연구원들은 이 사고로 사업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원인 분석 조사에서 우리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시제기의 비상탈출좌석 손잡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비상탈출좌석은 영국의 마틴베이커사가 납품한 것이다.

시제기가 배면자세(뒤집어있는 상태)로 비행 중 비상탈출좌석 손잡이를 당기지 않았는데도 조종사가 외부로 비상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져 추락한 것이다.

ADD 관계자는 “처음에는 사고원인에 대해 납품사가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하지만 비상탈출좌석의 손잡이가 불량품이었다는 것을 우리가 증명해내면서 모든 피해에 대해 배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편대비행 훈련을 하고 있는 KT-1 기본훈련기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KT-1는?

동급 초등훈련기 중 처음으로 100% 컴퓨터 설계로 완성된 KT-1은 미군사규격(MIL SPEC)의 훈련기 카테고리 ‘클래스 IV’ 및 미 연방항공규정(FAR) ‘Part 23’의 곡예비행기 카테고리를 충족하는 단발 터보프롭 항공기다.

각종 공중 기동비행, 편대비행, 계기비행, 저고도항법 비행, 야간비행 등이 가능하다. 스핀(회전) 진입과 회복 조작이 용이해 조종학생들에게 기동영역의 한계점과 극복절차를 충분히 교육할 수 있다.

또 고출력 터보 프롭 항공기가 자동으로 수평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장치를 탑재하고 있다. 사출좌석, 캐노피 파쇄장치, 1만 비행시간 이상 수명이 보장된 기체 구조, 강화된 착륙장치 등도 특징이다.

특히 360도 회전비행 등 스핀 기능은 세계 최고 수준의 훈련기라는게 ADD 측 설명이다. KT-1은 조종사가 스핀 회복에 실패하더라도 자동으로 회복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

ADD 관계자는 “동급 기본훈련기인 스위스의 PC-9이나 영국의 쇼트 투카노(Short Tucano)도 따라올 수 없는 훌륭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기를 장착하고 비행하는 KT-1 기본훈련기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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