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에서]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안철수·유승민의 ‘反문재인 연대’

지방선거 앞두고 안철수·유승민 연대로 정치권 지각변동?
개혁적 보수·합리적 중도 통합, 사상 초유의 정치실험
국민의당, 통합내홍 극심…바른정당, 탈당여파로 군소정당
외교·안보·경제 등 주요 정책에 노선차이 극복도 난제
지방선거 1강2중 구도 재편시 한국당과의 연대 없을까?
  • 등록 2018-01-29 오전 6:00:00

    수정 2018-01-29 오전 9:35:01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공동선언을 발표한 뒤 악수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건전한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힘을 합쳐 우리 정치의 혁신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고자 한다. 통합개혁신당은 지금까지 우리 정치에 없었던 새로운 정당이 될 것이다.”(안철수·유승민, 1월 18일 통합개혁신당 공동선언문 中)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이른바 ‘통합개혁신당’ 추진입니다. 영남·호남이라는 이질적인 지역 기반과 보수·중도라는 이념적 차이를 고려할 때 매력적인 실험입니다. 특히 영남 보수 vs 호남 진보라는 여야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깨뜨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입니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세력의 결합은 한국 정치를 뿌리째 뒤흔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장밋빛 전망에 불과합니다.

속내는 매우 복잡합니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합니다. 거칠게 말하면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의 통합은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반(反)문재인 연대에 불과합니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격입니다. 통합신당은 국민의당 분당과 이음동의어입니다.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바른정당의 더부살이 전략에 지나지 않습니다. 차기 대선을 노리는 안철수·유승민 대표의 임시 거처와 같습니다. 양당 통합은 명분도 약하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사상 초유의 영호남 통합정당 실험…국민 ‘호남’·바른 ‘영남’ 지지율 약세

정당의 존속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크게 3가지입니다. 확고한 지역적 기반, 강력하고 대중적인 지도자, 정책과 가치에 대한 분명한 지향입니다. 지도자의 결합과 가치 지향성을 논외로 할 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과연 영호남을 아우르는 정당이 탄생할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양당 통합에 대한 긍정적 시선 중 하나는 지역주의 정치를 끝내고 동서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 명분입니다. 어떻게 보면 작은 YS와 작은 DJ가 손을 잡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양당이 각각 영호남을 상징하는 정치세력은 아닙니다. 그래도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호남지역을 석권했고 안철수 대표의 주요 기반은 호남입니다. 바른정당 역시 보수텃밭이 영남을 일정 기반으로 두고 있고 유승민 대표의 지역구도 대구입니다.

이상과 달리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동서화합을 명분으로 한 영호남 통합정당의 실험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호남에서는 민주당, 영남에서는 자유한국당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최악의 경우 양당이 영호남에서 확보한 미미미한 지지세마저 허공에 날릴 수 있습니다. 한국갤럽의 1월 4주차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고작 5%입니다. 텃밭 호남에서조차 15% 수준입니다. 반면 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은 무려 54%입니다. 더구나 국민의당은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간의 내홍이 극심합니다. 분당이 현실화될 때 이 지지율마저 유지될 지는 의문입니다. 통합반대파는 이미 가칭 민주평화당 창당 작업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지지율 7%인 바른정당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그나마 지지기반이 있다는 영남에서 PK 7%, TK 10% 정도입니다. 민주당(PK 44% TK 25%)은 물론 자유한국당(PK 13% TK 22%)에도 뒤지는 수치입니다. 뜯어보면 바른정당이 영남 기반이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소속 의원 9명 중 유승민 대표가 대구, 하태경 의원이 부산 지역구입니다. 정운천 의원은 전북 전주이고 나머지 6명은 모두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소속입니다.

국민·바른 통합신당 지지율 2위, 개혁보수+합리적 중도 시너지 효과 나올까?

양당 통합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생존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 때문입니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제3당으로 우뚝 섰지만 이후 상황은 암담합니다. 대선패배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호남에서 민주당에 완전히 밀리면서 고사 직전입니다. 이대로라면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곳도 건지기 힘듭니다. 바른정당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역 의원 33명으로 창당했지만 대선 직전부터 이어진 연쇄탈당 탓에 겨우 9석의 미니정당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나마 남경필 경기지사는 최근 탈당 이후 한국당 복당을 선택했고 원희룡 제주지사마저 탈당 이후 무소속 출마가 유력한 상황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전제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희망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한국갤럽의 1월 4주차 조사에서 통합신당 지지율은 17%입니다. 민주당 37%에 이은 2위로 자유한국당(10%)보다 높습니다. 양당 지지율을 단순 합산한 것보다는 5% 포인트 높다는 게 희망입니다. 세부 지표도 나쁘지 않습니다. PK 15%, TK 21%, 호남 21%를 기록한 것은 물론 수도권과 충청에서도 민주당에 이어 2위입니다. 득표율 15% 이상이면 선거비용 100%를 보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지방선거 인재영입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다만 통합신당의 지지율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의문입니다. 새로운 정당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반영된 일종의 ‘컨벤션 효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바른정당 역시 창당 초기 10%대 중후반의 지지율로 2위를 기록했지만 불과 한 달여 만에 꼴찌로 추락한 바 있습니다.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세력의 통합이 6월 지방선거에서 실제 성과로 나타날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시너지 효과는 고사하고 양당 통합이 만신창이의 과정입니다. 국민의당은 통합 찬반을 놓고 연일 봉숭아학당의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일사분란하게 단일대오로 임해도 모자랄 판에 파열음이 너무 큰 상황입니다. 대선 이후 위태롭게 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했던 바른정당은 잊을만하면 되풀이되는 소속 의원들의 탈당과 한국당 복당으로 9석의 미니정당으로 추락했습니다. 통합과정을 전후로 추가 이탈자가 발생할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양당 의석수도 논란입니다. 국민의당은 39석, 바른정당은 9석입니다. 단순 합산하면 48석이 됩니다. 다만 국민의당에서 통합반대파가 10명 이상 이탈할 경우 39석 미만의 마이너스 통합이 됩니다. 통합반대파인 가칭 민주평화당에는 현역 의원 16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호남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통합이 성사된다 해도 외교, 안보, 경제 등 주요 정책에 대한 노선 차이를 극복하는 것 역시 난제입니다. 이 때문에 양당 통합이 18대 국회 당시 정통보수를 표방한 이회창 주도의 자유선진당과 새로운 진보를 표방한 문국현 주도의 창조한국당이 원내교섭단체로 구성한 ‘선진창조모임’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철수·유승민, 反문재인 연대 선택…차기 대선 겨냥 실낱 승부수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의 통합은 어찌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입니다. 그만큼 절실했다면 왜 지난 대선 때는 시도되지 않았을까요? 대선 당시 불가능했던 이유는 안철수·유승민 대표의 전략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안 대표는 연대없는 자강론을 강조했습니다.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정치공학적 연대론을 거부하면서 혼자 힘으로 ‘문재인 vs 안철수’ 양자구도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이후 보수표심을 상당 부분 흡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다만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는 허망한 자충수 이후 스스로 무너졌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유승민 대표의 목적은 ‘대선 승리’가 아니었습니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이후 궤멸 위기에 놓인 보수의 혁신이었습니다. 대선완주를 고집해 원칙있는(?) 패배를 선택했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바른정당의 실험은 반기문 불출마 이후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유 대표를 제외한 상당수 의원들은 바른정당을 반기문 전 총장을 위한 정치적 둥지로 생각했습니다. 그 때문에 반기문 불출마 이후 바른정당의 추락을 견디지 못하고 한국당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모든 정치인의 꿈은 대통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안철수, 유승민 대표에게는 너무나 멀고도 험한 길입니다. 현재의 정치지형으로는 도저히 꿈꿀 수도 없습니다. 통합신당의 파격은 이대로 가면 양당 모두 지방선거에서 참패한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통합 시도로 판을 뒤흔들면 최소한 무언가는 기대해볼 수는 있습니다. 차기 도전의 디딤돌을 만들기 위해 일단 ‘반(反)문재인 연대’라는 가장 약한 고리를 선택한 것입니다. 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배제와 극복의 대상입니다. 안철수 대표는 홍준표 체제의 보수 몰락을 전제로 ‘민주당 vs 통합신당’ 양자구도가 만들어지면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계산을 끝낸 듯합니다. 유승민 대표 역시 홍준표 체제의 보수 몰락 이후 보수 주도권 확보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구상인 듯합니다. 정치가 아무리 생물이라도 해도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자유한국당이 처한 현실은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으로 만신창이가 됐던 19대 대선 직전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중 언제가 더 어려울까요? 한국당은 역대 최악의 환경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홍준표를 내세워 안철수를 제치고 2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방선거 전망이 아무리 불투명해도 최악의 경우 대구시장이나 경북지사 정도는 확보할 가능성이 큽니다.

안철수 서울시장·유승민 대구시장, 과연 선수로 나설 것인가?

과연 통합신당이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이상의 성적표를 낼 수 있을까요? 통합신당의 최대 인적 자산은 안철수·유승민 대표입니다.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면 최소한 서울시장 안철수·대구시장 유승민 카드 정도는 성사돼야 재미있는 게임이 됩니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두 사람의 희생은 필수적입니다. 정치적 생명을 걸고 두 사람이 뛰어들까요? 전망은 회의적입니다. 설령 그러한 카드가 성사된다 해도 현재 여권의 지지율 강세 현상을 고려하면 지방선거 구도는 1강(민주당) 2중(자유한국당·통합신당)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도권을 비롯한 일부 전략지역에서 야권의 승리를 위해 ‘반(反)문재인’ 연대를 고리로 통합신당과 자유한국당과의 2연대론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안철수, 유승민 대표는 여러 번에 걸쳐 한국당과의 연대는 없다고 공언해왔습니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과연 이 말이 지켜질 지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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