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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박모씨는 최근 집값 상승의 주범 중 하나가 호가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집주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팔 생각도 없는데 호가를 높여서 올리면 다른 매물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결국 그 가격 선에서 시세가 굳어진다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A아파트도 최근 한 포탈 사이트에 전용면적 84㎡형 매물이 10억원에 올라왔다. 같은 단지, 같은 주택형의 마지막 실거래가는 지난 7월 6억7000만원이었고, 그 새 값이 올라 지난달 8억5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단지 전용 156㎡짜리 매물의 평균 호가가 10억5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호가 부풀리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많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전용 84㎡짜리 매물은 예전에 한번 팔려고 내놨다가 거둬들인 물건인데 포털에 올라왔기에 물어보니 집주인이 팔 생각이 없다고 한다”며 “호가 띄우기용 매물”이라고 말했다.
내 집 장만을 위해 여기저기 아파트를 보러 다니던 이모씨는 작년 말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 인근에 있는 아파트를 8억5000만원에 사기로 했지만 집주인이 막판에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실패했다. 며칠 후 포탈 사이트에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9억3000만원에 매물로 올라오자 그나마 있던 매물도 싹 사라졌다. 일주일쯤 지나 9억원대 매물이 슬금슬금 올라오더니 실제 9억3000만원에 실거래가가 찍히면서 이제는 9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됐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공인중개사는 일부러 온라인 부동산 포털에 매물을 게시하지 않기도 한다. 서빙고동 한 공인중개사는 “네이버부동산이나 부동산114와 같은 부동산 사이트에 매물을 올리다 보면 호가가 더 뛰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어차피 요새 매물도 많지 않기 때문에 포탈에 올리기보다는 꼭 이 아파트를 사겠다며 전화번호를 남긴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중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아파트 주민들이 얼마 이하로는 팔지 말자는 가격 담합도 하지만 개별적으로 호가를 1억~2억원씩 높여서 올려놓고 매수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경우도 많다”며 “지금처럼 매도자 우위시장에서는 부풀린 호가가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같은 아파트 단지뿐 아니라 주변 단지까지 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