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더 높게"…팔 생각 없이 호가 부풀리기 나선 집주인

같은 면적 아파트 1억원까지 호가 차이
포탈에 호가 올려 심리 자극
  • 등록 2018-02-20 오전 5:30:01

    수정 2018-02-20 오전 8:10:10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일대 모습. 서울시 제공.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작년 말에 제가 중개한 물건인데 다른 중개업소를 통해서 본인이 매입한 가격보다 1억원을 높여 포털 사이트에 (매물을) 올려놨어요. 실거주자이고 집을 산 지 1년 안돼 팔면 양도소득세가 중과되기 때문에 파는 이유를 물어보니 역시나 팔 생각은 없다고 합니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이런 사람들을 조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박모씨는 최근 집값 상승의 주범 중 하나가 호가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집주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팔 생각도 없는데 호가를 높여서 올리면 다른 매물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결국 그 가격 선에서 시세가 굳어진다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A아파트도 최근 한 포탈 사이트에 전용면적 84㎡형 매물이 10억원에 올라왔다. 같은 단지, 같은 주택형의 마지막 실거래가는 지난 7월 6억7000만원이었고, 그 새 값이 올라 지난달 8억5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단지 전용 156㎡짜리 매물의 평균 호가가 10억5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호가 부풀리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많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전용 84㎡짜리 매물은 예전에 한번 팔려고 내놨다가 거둬들인 물건인데 포털에 올라왔기에 물어보니 집주인이 팔 생각이 없다고 한다”며 “호가 띄우기용 매물”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집값이 상승하는 시기인 만큼 이 같은 호가 끌어올리기가 시장에서 먹히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을 통한 부동산 매물과 시세 검색이 보편화하면서 정보의 유통 속도가 빨라졌고 심리전에서도 매도자들이 유리한 상황이 됐다.

내 집 장만을 위해 여기저기 아파트를 보러 다니던 이모씨는 작년 말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 인근에 있는 아파트를 8억5000만원에 사기로 했지만 집주인이 막판에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실패했다. 며칠 후 포탈 사이트에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9억3000만원에 매물로 올라오자 그나마 있던 매물도 싹 사라졌다. 일주일쯤 지나 9억원대 매물이 슬금슬금 올라오더니 실제 9억3000만원에 실거래가가 찍히면서 이제는 9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됐다.

이렇다 보니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아파트인데도 호가가 1억원 이상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동이나 층, 향, 조망권에 따라 같은 면적이라도 가격 차이가 있기 마련이지만 호가가 1억원 이상 벌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 영등포7가동 경남아너스빌 전용 114㎡는 지난달 27일 하나는 7억원에, 다른 하나는 8억원에 각각 매물이 올라왔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공인중개사는 일부러 온라인 부동산 포털에 매물을 게시하지 않기도 한다. 서빙고동 한 공인중개사는 “네이버부동산이나 부동산114와 같은 부동산 사이트에 매물을 올리다 보면 호가가 더 뛰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어차피 요새 매물도 많지 않기 때문에 포탈에 올리기보다는 꼭 이 아파트를 사겠다며 전화번호를 남긴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중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아파트 주민들이 얼마 이하로는 팔지 말자는 가격 담합도 하지만 개별적으로 호가를 1억~2억원씩 높여서 올려놓고 매수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경우도 많다”며 “지금처럼 매도자 우위시장에서는 부풀린 호가가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같은 아파트 단지뿐 아니라 주변 단지까지 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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