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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 금융당국의 집중적인 감독 타깃이 유럽계와 아시아계를 거쳐 한국계 은행으로 옮겨지면서 거액 과태료 처분이나 평판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 마저 감돌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7개 은행을 소집해 검사 방향 및 내부통제 강화 등을 당부할 예정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KDB산업은행 등 뉴욕에 지점이나 법인을 낸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자금세탁 방지(AML) 등 내부통제 강화와 관련 간담회를 개최한다. 구체적 일정과 내용은 이번주 구체화할 계획이다. 뉴욕 금융감독청(DFS)이 오는 5~6월부터 뉴욕에 지점이나 법인을 낸 한국계 은행에 대한 검사를 실시함에 따라 각 은행 본점과 해외 점포 전반의 내부통제 규제 관련 이해를 돕고 시스템 강화를 당부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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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현지 당국의 검사는 컴플라이언스 감독을 중심으로 매해 한 차례 실시하는 정기 검사의 일환이나 은행들의 긴장 수위는 예년과 다르게 높아진 상태다. 최근 2~3년 동안 뉴욕 금융당국의 집중 감독 타깃이 유럽계에서 일본, 대만 은행을 거쳐 한국계 은행으로 옮겨온 데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의 대북 강경책 등이 맞물려 자금세탁방지 규제 요구가 보다 깐깐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은 많게는 수백억 수준의 비용을 쏟아부으며 대대적 시스템 강화와 준법감시 인력 채용 및 정기·수시 컨설팅 실시 등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지 당국의 눈높이에 맞는 인력과 컨설팅에 들어가는 비용이 개별 은행당 1000만 달러(한화 100억원)에서 많게는 4000~5000만 달러(한화 500억원) 수준에 이른다고 지적한다.
은행들은 유명 회계컨설팅 기업으로부터 수십억원대 컨설팅을 받는 것은 물론 책임자급 준법감시인을 스카우트하기 위해서 지점장 이상의 수억원대 연봉까지 제시하고 있다. 준법감시 인력은 1년 새 많게는 두 배까지 늘렸다. 현재 KB국민은행의 경우 뉴욕지점 전체직원 19명 중 4명이, NH농협은행은 16명 중 5명, IBK기업은행은 25명 중 7명이 컴플라이언스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현지 당국과의 스킨십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올해 2월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국내 은행장으로선 처음으로 DFS를 직접 찾아 관계자 10여명을 만나고 돌아오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컴플라이언스 분야에서 잘 나가는 현지 전문가를 데려오려면 연봉 40만 달러(4억2000만원) 이상을 제시해야 한다. 컨설팅업체도 당국이 원하는 수준이 있어 비용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세탁방지 대상 국가나 기준이 지나치게 미국 중심의 판단이라거나 당국의 요구가 지점 규모에 맞지 않는 과도한 수준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뉴욕 현지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금융당국의 요구가 세지면서 한국은행들은 죽을 맛이다. 벌어봤자 한해 1000만 달러 수준을 버는 한국은행들이 과도한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한 은행 고위 임원도 “지점의 규모도 고려하지 않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수준의 관리감독을 요구한다”고 토로했다.
반면 자금세탁방지 등 내부통제 시스템에 지나치게 둔감했던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기준을 맞춰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수익성 추구에만 치우쳐 건전 경영이나 법령 준수는 소홀했던 그간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최고경영진의 관리 감독 등 내부통제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은행들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관리하는데 인식이 덜했던 점도 사실”이라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국제기준도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체계 구축을 의무화하고 국내 은행들도 해외 영업을 넓히고 있어 건전성 영역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