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 금융당국, 韓은행 고강도 검사..'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비상

美 뉴욕 금융감독청, 내달 7곳 검사
자금세탁방지 기준 등 깐깐해져
전문가 채용·컨설팅 수백억원 투입
美 지점 한 해 수익 맞먹는 금액
업계 "미국 잣대 과도하다" 비판
"글로벌 기준에 맞출 시점" 지적도
  • 등록 2018-04-24 오전 6:00:00

    수정 2018-04-24 오전 7:36:33

(사진=픽사베이)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뉴욕=이준기 특파원] 미국에 진출한 금융회사에 대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준법감시) 감독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 뉴욕 금융당국이 다음달부터 산업은행 등 7개 한국계 은행에 대한 검사에 나선다. 준법감시 인력 채용 및 컨설팅 등을 위해 한 해 지점 수익과 맞먹는 수백억원의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국내 은행들은 이번 검사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 금융당국의 집중적인 감독 타깃이 유럽계와 아시아계를 거쳐 한국계 은행으로 옮겨지면서 거액 과태료 처분이나 평판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 마저 감돌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7개 은행을 소집해 검사 방향 및 내부통제 강화 등을 당부할 예정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KDB산업은행 등 뉴욕에 지점이나 법인을 낸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자금세탁 방지(AML) 등 내부통제 강화와 관련 간담회를 개최한다. 구체적 일정과 내용은 이번주 구체화할 계획이다. 뉴욕 금융감독청(DFS)이 오는 5~6월부터 뉴욕에 지점이나 법인을 낸 한국계 은행에 대한 검사를 실시함에 따라 각 은행 본점과 해외 점포 전반의 내부통제 규제 관련 이해를 돕고 시스템 강화를 당부하기 위해서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미국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기준을 높여 한국 본점으로부터의 적극적 협조를 요청하고 있어 국내 은행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자리를 계획하고 있다”며 “구체적 일정은 이번 주 중순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현지 당국의 검사는 컴플라이언스 감독을 중심으로 매해 한 차례 실시하는 정기 검사의 일환이나 은행들의 긴장 수위는 예년과 다르게 높아진 상태다. 최근 2~3년 동안 뉴욕 금융당국의 집중 감독 타깃이 유럽계에서 일본, 대만 은행을 거쳐 한국계 은행으로 옮겨온 데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의 대북 강경책 등이 맞물려 자금세탁방지 규제 요구가 보다 깐깐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계 은행 대상의 제재가 현실화하면서 은행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한층 높아졌다. 국내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DFS의 한국계 은행 검사 빈도가 1.5~2년에서 1년 단위로 짧아지고 기준도 엄격해지고 있는 추세”라며 “특정 은행에 대한 제재는 한국계 은행 전반의 평판 리스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전반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은행들은 많게는 수백억 수준의 비용을 쏟아부으며 대대적 시스템 강화와 준법감시 인력 채용 및 정기·수시 컨설팅 실시 등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지 당국의 눈높이에 맞는 인력과 컨설팅에 들어가는 비용이 개별 은행당 1000만 달러(한화 100억원)에서 많게는 4000~5000만 달러(한화 500억원) 수준에 이른다고 지적한다.

은행들은 유명 회계컨설팅 기업으로부터 수십억원대 컨설팅을 받는 것은 물론 책임자급 준법감시인을 스카우트하기 위해서 지점장 이상의 수억원대 연봉까지 제시하고 있다. 준법감시 인력은 1년 새 많게는 두 배까지 늘렸다. 현재 KB국민은행의 경우 뉴욕지점 전체직원 19명 중 4명이, NH농협은행은 16명 중 5명, IBK기업은행은 25명 중 7명이 컴플라이언스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현지 당국과의 스킨십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올해 2월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국내 은행장으로선 처음으로 DFS를 직접 찾아 관계자 10여명을 만나고 돌아오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컴플라이언스 분야에서 잘 나가는 현지 전문가를 데려오려면 연봉 40만 달러(4억2000만원) 이상을 제시해야 한다. 컨설팅업체도 당국이 원하는 수준이 있어 비용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과도한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기축통화인 달러 거래의 핵심이자 미국의 금융수도인 뉴욕에서의 영업을 포기할 수 없을뿐더러 현지 당국의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할 시 징벌적 벌금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은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미흡을 이유로 당국으로부터 1100만달러(약 110억원) 가량의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자금세탁방지 대상 국가나 기준이 지나치게 미국 중심의 판단이라거나 당국의 요구가 지점 규모에 맞지 않는 과도한 수준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뉴욕 현지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금융당국의 요구가 세지면서 한국은행들은 죽을 맛이다. 벌어봤자 한해 1000만 달러 수준을 버는 한국은행들이 과도한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한 은행 고위 임원도 “지점의 규모도 고려하지 않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수준의 관리감독을 요구한다”고 토로했다.

반면 자금세탁방지 등 내부통제 시스템에 지나치게 둔감했던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기준을 맞춰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수익성 추구에만 치우쳐 건전 경영이나 법령 준수는 소홀했던 그간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최고경영진의 관리 감독 등 내부통제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은행들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관리하는데 인식이 덜했던 점도 사실”이라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국제기준도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체계 구축을 의무화하고 국내 은행들도 해외 영업을 넓히고 있어 건전성 영역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깜짝 놀란 눈…뭘 봤길래?
  • "내가 몸짱"
  • 내가 구해줄게
  • 한국 3대 도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