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사회적 공감 필요한 '을(乙)의 고통'

  • 등록 2018-07-24 오전 6:00:00

    수정 2018-07-24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아프냐? 나도 아프다.”

드라마 ‘다모’에서 황보윤(이서진)은 다친 채옥(하지원)을 치료해주며 이렇게 말한다. 상대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함께 한다는 의미….

최저임금 시간당 8000원 시대 진입을 앞두고 곳곳이 신음(呻吟)으로 아우성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늘어난 인건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울부짖고, 아르바이트생들은 당장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걱정한다. 일부에선 최저임금 정책 불복 선언까지 예고한 상태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게 되는 대표적 업종이 편의점이다. 지난 2007년 1만개를 돌파한 편의점은 현재 CU·GS25·세븐일레븐 등을 포함해 ‘빅5’만 4만개가 넘는다. 인구 1300명당 1개꼴로, ‘편의점 대국’인 일본(인구 2200명당 1개)보다 훨씬 조밀하다.

우후죽순 늘어난 탓에 가맹점당 수입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에 따르면 가맹점주들의 월 평균 수익은 지난해 195만원에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 이후 130만2000원으로 줄었다. 제품 구입비·가맹수수료·임대료 등을 제외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수입이 아르바이트생보다 적어질 것”이란 점주들의 걱정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앞 뒤 재지 않고 점포 수를 늘리는 데에 혈안이 돼 있었던 본사 측 책임이 크다.

계약 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통상 매출액의 30~35% 수준인 가맹수수료에, 점포 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남품업체와의 가격 협상에서도 유리하니 개설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수익은 일정 비율로 나누지만, 인건비·임대료·재고 비용 등은 대개 점주의 몫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초기 투자 비용 등 진입 장벽이 낮아 은퇴한 베이비부머 등 많은 이들이 무턱대고 창업에 뛰어든 탓도 있다.

이미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힘든 과포화 구조 속에 올해 상반기 폐점한 ‘빅5’ 편의점만 1000개를 넘어섰고, 일부에선 ‘2020년 폐업 대란설’까지 돌고 있다. NH농협증권은 국내 편의점 폐점률이 지난해 4%대에서 올해 7%대로 뛰면서, 3000여곳 이상의 편의점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점주와 아르바이트생 등 ‘을’(乙)의 희생으로만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높은 카드 수수료, 치솟는 임대료 개선 등 사회적 차원의 해결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성장세가 둔화하긴 했지만, 가맹점으로부터 수익을 얻는 만큼 본사 역시 전향적인 상생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을과 을의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편의점가맹점협회) “사회적 약자 간 싸움을 조장하지 말라”(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목소리는 더 이상 ‘을의 전쟁터’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피맺힌 절규다.

신체 고통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고통도 확산하기 마련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인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숙제다. 본사, 카드사, 건물주 등이 연대해 ‘을’의 고통에 공감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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