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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월가(街)의 A금융사 한국계 간부 제임스 리(가명·47)씨는 최근 경력직 펀드매니저 1명을 채용했다고 한다. 리씨는 구직 면접자의 요구가 너무 당돌해 수소문해 보니, 요즘 언제 채용을 하더라도 ‘1년 치 보너스’는 무조건 줘야 하는 게 관행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리씨는 “레이버 마켓(Labor market·고용시장)이 호황은 호황인가 보다”라며 “연봉을 전 직장 연봉보다 20%나 올려줬는데도, 구직자가 오히려 더 당당하게 나오더라. 웬만한 페이(pay·봉급)로는 사람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최근 코트라(KOTRA) 뉴욕 무역관에서도 여러 단계의 면접을 걸쳐 경력직 최적임자 2명을 낙점했는데, 이들 모두 다른 회사에 이중합격돼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코트라 관계자는 “4년 가까이 미국에 있으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다시 모집공고를 내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미국의 고용시장은 ‘견고함’(Solid)을 넘어 ‘강함’(Strong)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실업률은 석 달(5월~7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1969년 이후 최저다.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완전고용이란 인플레이션 압력 없이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실업률을 뜻한다. 전미자영업연맹(NFI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홀리 웨이드는 “숙련 노동자든 비숙련 노동자든 노동시장이 매우 빠듯해졌다”며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기업이 근로자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