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전용구역은 신축아파트만…주차난에 화재안전 포기한 소방당국

지난 10일부터 소방기본법 개정안 시행
소방차 전용구역 주차 행위 과태료 부과
신축 아파트만 적용에 주민들 '불안하다'
"법과 안전 모두 만족시킬 해법 마련해야"
  • 등록 2018-08-17 오전 6:00:00

    수정 2018-08-17 오전 6:00:00

지난 15일 저녁 7시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소방차 전용구역에 한 차량이 주차를 하고 있다.(사진=최정훈 기자)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15일 저녁 7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올해로 지어진 지 41년째인 이 아파트 소방차 전용구역에 차량 한 대가 멈춰 섰다. 운전자는 노란선으로 구획지어진 전용구역에 당당히 주차하고 집으로 향했다. 이 차 뿐만 아니라 이후 퇴근한 주민들은 당연하게 전용구역에 차량을 줄지어 주차했다. 9시가 되자 소방차 전용구역은 주민들이 주차해 놓은 차량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정부는 10일부터 소방차전용구역에 주차하는 등 소방활동을 방해하는 경우 최대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하는 소방기본법 개정안 시행에 나섰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에도 아파트단지나 기숙사 소방차전용구역은 여전히 주차장과 택배박스, 분리수거 쓰레기 적재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개정안 자체가 규제 대상을 신축아파트로 한정한 탓이다. 노후아파트일수록 화재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적용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축 아파트만 단속 가능한 소방차 전용구역

정부는 소방기본법을 개정해 100가구 이상 아파트나 3층 이상 기숙사에 소방차 전용구역 설치를 의무화했다. 또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하거나 물건을 쌓는 등 방해 행위를 하면 △1차 50만원 △2차 이상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문제는 이 법안이 새로 짓는 건물에만 한정해 적용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개정안 부칙에서 단속 대상을 ‘법 시행 이후 주택사업승인 또는 건축허가를 신청한 경우’로 제한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법률을 개정할 당시 신축 아파트만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일부 건물에도 소급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주차난을 겪는 노후 아파트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신축 아파트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한모(57)씨는 “최근에 옆 동 실외기에 불이 나 소방차가 온 적이 있다”며 “마침 소방차 전용구역이 비어 있어 다행이었지만 평소 그 구역에 주차를 하는 사람이 많아 만일의 경우 큰 일로 번질 수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36)씨도 “늦은 시간 퇴근해 어쩔 수 없이 주차하는 사람들을 보면 늘 불안하다”며 “주차 공간을 따로 확보해서라도 소방차 전용구역 단속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불안…“법과 안전 모두 만족하는 해법 찾아야”

전문가들은 기존 소방안전구역 역시 당초 설치 목적에 맞춰 차량 주차 등을 제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개정안 때문에 소방차 전용구역 비용이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면 무리겠지만 이미 설치한 소방차 전용구역 위반행위 단속도 포기한 건 편의를 위해 안전을 도외시한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 개정안으로 소방차 전용구역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건 전체 아파트에 1%에 불과하다”며 “아파트 등 다세대 주택에서 발생하는 화재가 꾸준하고 오래된 주택일수록 화재의 위험이 높은 만큼 소방차 전용구역에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소방청 관계자는 “현행법으론 기존 아파트에 대한 강제성 있는 단속은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주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소방차 전용구역을 확보해야 한다는 시민 인식을 바꿔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 소방차 전용구역에 차량이 주차된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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