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북한의 도발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 사업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개방한 ‘DMZ 평화의길’ 사업은 존폐 위기에 내몰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 정도다.
정부는 먼저 강원도 고성 지역의 비무장지대를 공개하면서 이번 사업을 내놨다. 그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으로 여겨졌던 DMZ를 개방해 우리 국민의 통일과 평화의식을 고취하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정부는 DMZ 비무장화를 위해 날카로운 군사대치 지역인 비무장지대에서 남북 당국이 협력하는 변화를 상징성이 강하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국방부를 중심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통일부, 행정안전부, 환경부 등 5개 부처를 모아 사업을 추진했다. DMZ 관광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처음 계획은 지금보다 훨씬 더 규모도 컸다. 강원도 고성은 물론 철원과 경기도 파주 등 2곳이 사업지로 떠올랐다. 앞서 파주 구간은 일반인이 처음으로 일반전초(GOP) 철책선 너머 남쪽 GP까지 둘러볼 수 있게 계획했다. 일부에선 북쪽 GP와 지나치게 가까워 위험하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이 전쟁이나 교전을 할 목적이 아니라면 중화기로 공격할 수 없다”고 해명에 나섰다. 남북이 9·19 남북 군사합의서에 따라 땅·바다·하늘에서 상대를 향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약속했기에 이런 부류의 도발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었다. 결국 관광객 안전 문제가 미흡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고성 지역만 우선 시범 운영으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DMZ 평화둘레길’ 고성 코스는 통일전망대, 금강산전망대, 통문 등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멈춰버린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려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DMZ 평화의길 개방을 서둘러 강행한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 이번 사업에 앞서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지금이라도 이해을 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평화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북한과의 관계에 앞서 우리의 의지를 서로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