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신뢰깨졌다”… 집행부에 등돌리는 르노삼성 조합원

7일 르노삼성 부산공장 직접 둘러보니
"집행부 못믿겠다" "신뢰깨졌다"며 등돌려
70%가까이 정상출근.."협력업체 같이 살아야"
올해 판매량 35%급감..지역경제 피해도 ↑
  • 등록 2019-06-10 오전 6:00:00

    수정 2019-06-10 오전 8:53:47

7일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 부산공장으로 통근버스가 들어오는 모습 (사진=임현영 기자)
[부산=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집행부가 주장하는 ‘불합리’는 이제 억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직원들도 이제 다 지쳤다. 특히 협력업체를 한번 돌아보면 그런 소리(파업)는 못한다”

7일 오후 3시께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 부산공장 정문에는 통근버스가 쉴새없이 들어왔다. 주간조(오전 7시~오후3시45분)에 이어 야간조(오후 3시45분~0시30분) 근로자를 태운 버스다. 노조 집행부의 ‘전면파업’ 지침에 따랐다면 출근하지 않았어야 할 인원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노조 조합원은 집행부 명령을 거부하고 차를 만들러 나왔다.

◇ 노조 ‘전면파업’ 조치..조합원 “불신쌓였다” 일부 탈퇴도

르노삼성 내 노노(勞勞)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회사와의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된 직후 전면 파업 조치를 내렸으나 조합원들은 이같은 지침이 힘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물량절벽으로 회사는 물론 협력업체까지 존폐 기로에 섰다는 위기감이 대다수의 조합원이 집행부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집행부만 ‘나홀로 파업을 하고 있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은 이미 폭발 직전이다. 새 집행부가 출범한 작년 12월 이후 계속된 부분파업으로 특근·야근수당이 줄어들며 실수령액이 줄어든데다, 물량절벽으로 협력업체까지 함께 고사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와중에 강경 집행부는 사태를 풀어볼 의지없이 파업만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주간조에 출근한 엔진공장 소속 A씨는 “정말 답답하다”며 “협력업체도 살고 우리도 살 방법을 찾아야지, 이런 식의 파업은 더 이상 곤란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A씨는 지난 4월까지 부분 파업에 참여하는 등 노조에 최대한 협조해 왔다고 했다. 그러나 “임단협에 합의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무조건 회사 위에 올라서려고 한다”며 “노조에 대한 불신이 쌓여 결국 (노조를)탈퇴했다”고 전했다.

특히 노조원과 비(非) 노조원 간 성과급 ‘차등지급’ 등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노조원 대다수가 노조에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공장에서 만난 한 B조합원은 “회사 측에서 받기 어려운 요구를 하는 데 협상이 될리가 없다”며 “도대체 집행부는 임단협을 마무리할 의지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조합원들은 파업 불참에 따른 집행부의 징계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노조 규정에 따르면 노조 지시를 1회 위반할 경우 경고, 2회 위반시 정권(집행부 활동 정지), 3회 위반 시 제명 처분을 받는다. 주간조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C조합원은 “기본적으로 노조를 믿지 못하겠다”며 “지금 출근하는 직원들은 모두 노조 탈퇴를 각오하고 나오는 것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7일 오후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엔진공장에 출근한 근로자들이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 이날 엔진공장 출근률은 98%에 달했다. (사진=연합뉴스)
◇조합원 3분의2는 이탈..지역경제 피해도 ↑

르노삼성 파업 이탈자 비율은 이미 70%에 육박한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이날 부산공장 임직원의 68%(주간·야간조 통합)가 출근했다. 노조 조합원을 기준으로 따져도 61.2%가 공장에 정상 근무했다. 휴일인 8일에도 차체조립 팀이 특근을 자처했다.

특히 차체·엔진공장은 출석율이 98%에 이를 정도로 높은 가동률을 보였다. 직접 둘러본 공장은 여느 공장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출근한 근로자들 침묵한 채로 맡은 조립에 집중하고 있었다.

물론 모든 공장의 출근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이날 조립공장의 출석율은 38.7%로 가장 낮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산은 더디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자동차 공장의 특성상 모든 팀이 제자리에 갖춰져야 정상적인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 공장의 효율을 의미하는 시간당 생산량(UPH)은 5~10대에 불과하다. 정상 가동수준(66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르노삼성 노사가 진통을 겪어온 것은 벌써 11개월째다. 작년 6월부터 임금·단체협상을 두고 양측은 끝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협상결렬을 이유로 작년 10월부터 부분파업(누적 250시간)을 실시해 왔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1일 노사 잠정합의안이 만들어졌으나 최종투표에서 결국 부결되고 말았다. 노조는 합의안 결렬 후 ‘전면파업’ 조치를 내린 상태다.

그사이 르노삼성의 판매부진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올 1~5월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5% 쪼그라들었다. 당장 9월까지 계약이 종료되는 닛산 로그를 대체할만한 후속물량이 정해지지 않는 상황에 이 같은 ‘판매절벽’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1년 가까이 이어진 파업사태는 지역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이날 둘러본 신호 산업단지 주변 식당가는 ‘불금’이 무색하도록 썰렁했다. 세 집 건너 한 집이 비어있는 모습이었다. 이곳 산단에서 3년 째 호프집을 운영해 왔다는 B씨는 “평소같으면 공장에서 찾아온 회식 손님들로 붐비는 시간”이라면서도 “파업으로 인해 공장은 물론 협력업체 손님도 뚝 끊기니 매출도 절반가까이 감소했다. 우리도 겨우 버티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7일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위치한 신호 산업단지 인근 치킨집이 공실로 남아있는 모습. (사진=임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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