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시간 끌기와 심사 방해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2021년 예산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불요불급한 예산 특히 `한국형 뉴딜 사업` 예산을 삭감해 3차 재난지원금과 코로나19 백신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맞섰다.
접점을 찾기 힘들 것 같던 분위기는 두어 시간 만에 반전 같은 극적 타결을 연출했다. 양당 원내대표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예결위) 여야 간사가 참석한 `2+2 회동`에서 정부안(555조8000억원) 보다 2조원 가량 늘어난 총 55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한 것. 예결위 간사인 박홍근 민주당·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브리핑을 열고 “2일 오후 본회의에서 2021 회계연도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 안을 처리한다”며 합의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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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세운 민주당과 `실리` 챙긴 국민의힘
정부안에서 7조5000억원을 증액하고 5조3000억원을 감액키로 한 내용의 합의안은 여야가 한발씩 양보한 결과로 풀이된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본회의가 열리는 12월 2일에 (예산안을)처리하는 건 거의 역사적인 일”이라며 “대선이 있던 지난 2002년 이후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건 18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추가 국채 발행에 극구 반대하던 국민의힘도 한 발 물러섰다. 이에 따라 순증되는 2조2000억원 대부분은 추가 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할 예정이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긴급 요청한 코로나19 3차 확산 피해업종·계층 재난지원, 백신 확보 예산이 반영돼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 “여야 합의로 편성한 예산을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피해 업종, 피해 계층에 신속 우선 투입해 국민의 타는 목을 적셔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2조2000억원 순증 재원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하게 된 것은 유감”이라며 “이 정부 임기 내 달성이 불확실한 예산을 편성해 놓고, 예산 부족을 국채로 메우려 하는 것은 국민과 미래세대에 지우는 무거운 짐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합의안을 두고 양당이 서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내용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거대 여당에 맞선 한계 속에서 불요불급한 예산 삭감 등 최선을 다한 것이라 볼 수 있고, 민주당 역시 집권 여당으로서 민생 지원과 법정 처리 시한 준수라는 원칙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의식한 점도 합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도 예산안 `총량`에 합의한 양당은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기싸움을 이어간다. 전체 삭감의 큰 틀 내에서 `한국형 뉴딜` 등 어떤 부분을 어느 정도 줄일 지 구체적인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박홍근 의원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명세서 작성(시트 작업)을 완료하면 2일 오전 예결위를 열고 마무리 한 뒤 본회의에 상정할 것”이라면서 “총량에 맞춰 심사한 내용을 반영하면서 미세한 과정을 거칠 예정이어서 큰 변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양당의 합의안을 두고 `언 발에 오줌누기` 격이란 비판도 나왔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전례 없이 반복되는 위기상황에서도 `아랫돌 빼서 윗돌 괴자`는 식의 안일한 결론”이라면서 “고작 2조2000억원을 생색내기식으로 증액한 예산과 선별 지급된 2차 재난지원금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지원금만으로는 지칠 대로 지친 국민들이 이번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처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던 것과 같이 모든 국민들께 30만원씩, 12월부터 지급해야 한다”며 “방역 차원에서도, 또 국민 생계와 생존의 차원에서도 최선의 방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