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말로만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 감안해 원전 비중 짜야"

[만났습니다]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①
"文정부 원전비중 되레 늘어…탈원전 정치이슈화 아쉬워"
"가격 경쟁력 따져야…세계적 추세는 여전히 재생에너지"
"尹 원전 일변도 우려…원전 수명연장만으로 목표 가능"
"文 에너지정책 점수 C…전환 전면 내걸었으나 ...
  • 등록 2022-03-25 오전 6:05:00

    수정 2022-03-25 오전 8:30:01

[이데일리 김형욱 윤종성 기자] “전 세계 어디 가서 우리나라가 탈(脫)원자력발전 국가라고 하면 웃을 일이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에 탈원전이라는 말을 하는 순간 `이거 꼬였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 이후 원전은 줄곧 정치 이슈가 돼 버렸어요.”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15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원전(원자력발전) 비중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오히려 늘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현 에너지 전환 정책을 ‘탈원전’으로 규정하면서 에너지 정책이 경제·과학의 영역이 아닌 정치 이슈가 돼버렸다는 아쉬움이다.

그는 차기 윤석열 정부는 세계적 추세인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원칙으로 종속변수인 원전의 합리적 활용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언했다. 지난 5년 동안 쌓여온 원자력업계의 분노로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원전 일변도로 뒤틀릴 수 있다는 우려를 담았다.

홍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와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제학 석사,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를 수료한 경제 전문가다. 안철수 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2012년 대선 출마 당시 경제정책 수립을 주도한 바 있다. 현재도 기획재정부 재정정책자문회의 민간위원, 대한상공회의소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특히 기후·에너지가 경제 부문에 끼칠 영향에 큰 관심을 두고 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공동대표, 아시아환경자원경제학회장 등으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5월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최우선 과제를 꼽는다면

△단기적으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고통받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당장 해야 할 정책 과제다. 거시적으로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풀린 유동성에서 비롯한 인플레이션 문제, 공급망 교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우리 금융 통화 당국이 정책 노력과 함께 정부와 긴밀히 공조해야 할 것이다.

-중·장기 과제는

△거시적으론 인구 절벽 문제에 대한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20~30대 젠더 갈등도 본질은 줄어든 파이를 둘러싼 경쟁이다. 20~30대 남녀가 직장생활 하며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하다. 미시적으로는 노동과 교육, 그리고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기후·에너지 문제는 경제학계 주류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고 여전히 상당한 관점의 차이가 있다. 지난 5년 동안에도 재생에너지냐 원전이냐를 둘러싼 논쟁이 첨예했다.

-원전을 둘러싼 논쟁은 지금도 첨예하다

△가격 경쟁력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면 된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가 국제유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자원 빈국이라는 인식 아래에서 원전이 주목받았다. 원전의 원료인 우라늄은 수입이지만 그 비중이 작아서 ‘반 국산’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20년 전 재생에너지의 등장으로 문제가 조금 복잡해졌다. 초기엔 너무 비쌌으나 기술 혁신의 결과 가격이 크게 내렸다. 앞서 가는 나라는 이른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석탄화력발전 발전 비용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같아지는 시점)를 달성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인터뷰


-재생에너지만으로도 에너지 안정 수급과 탈탄소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10년 전만 해도 재생에너지만으로 에너지 안보, 에너지 안정 수급을 할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할 순 없었다. 그러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전 세계적 추세다. (에너지원별) 투자 비중이나 설비 증가율 국제 통계가 보여준다. 산업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문제가 됐고 경제학계 내에서도 이런 인식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원전의 활용법은

△원전을 어느 정도 비중으로 가져갈 것인지는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의 종속 변수다. 재생에너지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늘리는 게 기후위기에 맞대응하는 정공법이다. 원전의 비중과 역할은 이 과정에서 정해진다. 재생에너지의 빠른 확대가 힘드니 원전을 유지하거나 좀 더 지어야 한다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원자력은 한계가 있다. 화석연료 대비 탈탄소 전력원이지만 핵폐기물이란 부산물 때문에 친환경이라고 할 순 없다. 폐기물을 계속 임시저장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없다. 원전산업계가 이 부분에 큰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탈원전 정책 백지화’를 공약을 내걸었는데

△우리나라는 탈원전한 적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원전을 줄어들지 않았다. 비중은 오히려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이란 표현을 쓰는 순간 꼬였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탈원전 중인가’를 물으면 세계 어딜 가서도 웃을 거다. (문재인 정부 5년 새 국내 원전은 25기에서 24기로 줄었으나 총 설비용량은 늘었다. 0.6GW 규모 2곳을 영구정지했으나 1.4GW 규모 1곳을 신설했다. 또 현재 1.4GW 규모 원전 4기 건설이 막바지다.) 그 여파로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40년 역사의 원전업계가 새 정부 들어 울분과 안타까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인수위 구성도 상대적으로 원자력계에 기울어져 걱정스럽다.

-인수위에서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논의 시작했다는 얘기도 있다

△원전업계가 오히려 안 좋아할 수 있다. 유럽연합(EU) 택소노미(녹색분류 체계)에 원전이 들어 있지만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안전 기술을 요구하는데다 핵폐기물 처리장 확보를 전제한다. 실제론 신규 건설을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인터뷰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조화(에너지 믹스)가 가능할까


△신규 원전을 아예 짓지 말자는 게 아니다. 원전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종속한 이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경제가 원전 산업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국가 경제에 도움을 주는 수단이다. 탈원전 논쟁 속 국민도 원전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을 알게 됐다. 원전을 어디에 지을지, 핵폐기물 어디에 묻을지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자칫 더 큰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 원자력계도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부인하진 않는다. 원전을 중심으로 하되 재생에너지 발전도 끌어들이는 형태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도 그렇기는 하다

△원전만 보면 공약 달성은 어렵지 않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기간 제시한 발전 비중 목표는 원자력 최대 35%, 신·재생 최대 25%다. 참고로 올 1월 에너지원별 발전전력량 비중은 원자력 29.4%, 신재생 7.3%다.) 차기 정부 내 설계수명이 끝나는 6기의 원전 수명만 5~10년씩 연장해도 2030년까지는 원전 비중이 30% 밑으로는 안 떨어진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포함한 신규 원전 없이도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현재 원전 24기가 가동 중이고 윤석열 정부 임기 중 4기가 추가 가동한다. 신한울 1·2호기(공정률 99%)는 1년 이내에, 신고리 5·6호기(공정률 67%)도 임기 중 가동한다. 총 28기다.

-기존 원전 수명을 연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인가

△원전 싫어하는 사람들은 수명 연장도 강하게 반대한다. 그러나 새로 짓는 것과 비교하면 사회적 갈등은 훨씬 줄일 수 있다. 신규 원전 건설 추진이 가져올 사회적 갈등을 감수하고 굳이 새로 지을 필요는 없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한다면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어차피 임기 내 가동할 수도 없다. 윤 당선인이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에너지 정책도 양쪽이 조금씩 양보하면 국민 통합으로 갈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제시한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도 낮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원전을 중심에 놓고 재생에너지를 곁다리로 놓는다면 25%는커녕 15%도 힘들다. 문재인 정부가 나름 한다고 했으나 3%에서 8%까지 끌어 올리는 데 5년 걸렸다. 물론 탄력은 받은 상태이기는 하다. 처음엔 갈등과 시행착오 있었으나 어느 정도 극복했다. 화력발전소나 원전과 달리 탄력 받으면 속도가 엄청 빨라진다. 덴마크의 작은 어촌이 베스타드·오스테드 같은 해상풍력 기업의 참여로 10년 만에 해상풍력의 메카가 됐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평가한다면

△C다. 역대 정부 중 유일하게 에너지 전환을 전면에 내걸었기에 F나 D는 아니지만 그 이상도 힘들다. 수치상으로 보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8%까지 올렸다. 신고리 5·6호기도 공론화 과정을 거쳐 건설을 재개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컨트롤타워가 없었다. 기업이 1~2년이면 지을 수 있는 발전설비를 현장 주민 설득해가며 7~10년씩 걸려 짓는 과정을 보면 피눈물 난다. 정부는 그 동안 중앙·지방정부, 부처끼리 갈등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필수인 전력시장 체계, 전기요금 체계 개편 논의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에너지전환 하겠다면서 전기요금을 동결하는 건 모순이다.

■홍종호 교수는

△1963년 출생 △서울대 경제학 학사 △미 미시간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재정학 전공) △미 코넬대 대학원 응용경제학 박사(환경·에너지경제학 전공)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1994~1996년)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위 위원(2018년) △환경부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2018~2019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대한상공회의소 정책자문위원 △(사)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공동대표 △아시아환경자원경제학회 회장 △기획재정부 재정정책자문회의 민간위원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외이사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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