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지붕 두세대' 위장..보금자리지구 '불법 전세' 판친다

세놓는 건 명백한 불법.. 합법인 '하우스 셰어' 악용
세입자 피해 우려.. 정부는 정황 파악도 못해
  • 등록 2013-12-19 오전 7:01:00

    수정 2013-12-19 오전 7:01: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보금자리 주택에도 전셋집을 구할 수 있나요?”

기자의 질문에 전화기 너머 중개업자가 말을 쏟아낸다. “당연하죠. 집주인이 방 한 칸을 쓰고 나머지를 세입자가 사용한다고 전입신고하면 되지요. 실제로 집주인이 같이 살지는 않고요, 누가 물어보면 주인은 나중에 돌아온다고 말하면 됩니다.”

최근 서울·수도권에서 입주하는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아파트에 이 같은 불법 전세 임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금자리 주택으로 분양받은 아파트를 세놓는 것은 규정에 어긋나는데다 자칫 세입자 피해를 양산할 수도 있어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서울·수도권에서 새로 입주하는 보금자리 주택에 불법 전세 임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서 첫 입주한 ‘LH 꿈에그린’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박종오 기자)
위례신도시 전용 84㎡형 전셋값, 주변보다 1억원 저렴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보금자리 주택 2개 단지(2949가구)의 입주가 시작된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불법 전세 임대 물건 수십여채가 공공연하게 알선 또는 거래되고 있다. 전셋값도 주변 지역 단지보다 크게 싸 전세 수요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실제로 이곳 ‘LH 꿈에그린’ 아파트(보금자리주택 24단지) 전용면적 84㎡형은 3억여원에 전세로 나와 있다. 불과 500m쯤 떨어진 장지동 송파 파인타운 12단지의 같은 면적 시세(3억9500만원)보다 1억원 가까이 싸다. 전용 59㎡ 이하 소형 아파트도 전셋값이 3.3㎡당 1000만원 수준이다. 강남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낮은 가격이다.

이런 물건이 거래되는 것은 위례신도시 뿐만 아니다. 최근 집들이를 시작한 서초구 내곡 보금자리지구 등에서도 불법 전세 거래가 적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내곡지구 7단지의 경우 전용 59·84㎡형 전셋값이 대략 3억~3억5000만원 선”이라며 “분양아파트 수가 적어 전세 물건이 많지는 않지만 매물이 나오자마자 계약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보금자리 ‘의무 거주 기간’ 있지만…

갓 입주한 보금자리 주택 소유자가 세를 놓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집주인의 ‘의무 거주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보금자리 주택은 수도권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50% 이상 풀어 주변보다 싸게 공급하는 아파트다. 이 때문에 특혜 소지를 없애고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입주한 뒤 1~5년 동안 반드시 실거주해야 한다.

의무 거주 기간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70% 미만이면 5년, 70~85%는 3년, 85% 이상은 1년이다. 위례신도시 2개 단지에는 5년의 의무 거주기간이 적용되고 있다. 물론 직장·학교·병원 치료 등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등 일부 부득이한 경우에는 예외도 허용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공급되는 합법적인 임대 매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하우스 셰어(부분 전세)’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얘기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아파트 한 채를 나눠서 쓰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다. 위례신도시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방 한 칸을 타인에게 하숙 놓는 것과 같은 구조”라며 “주민등록법상 집 한 채에 2세대가 함께 사는 것은 불법이 아니고, 전입신고자가 실거주하는 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형태로 전세 계약할 경우 세입자는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 신청도 할 수 있다. 집주인이 세입자 전입신고를 꺼린다면 아파트에 전세금만큼 근저당을 설정할 수도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세입자 피해 우려…손놓은 정부

이처럼 불법으로 임대를 놓다가 적발되면 계약자는 이중 처벌을 받는다. 관련 법상 보금자리 주택의 거주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위장 전입은 1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3년 이하 징역이 부과된다.

세입자가 입게 될 피해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만약 법적 처벌을 받은 집주인이 집을 빼달라고 하면 세입자는 손해배상청구 등 소송을 통해서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게다가 관할 지자체에서 집주인 거주를 인정하고 세입자의 전입신고를 말소하면 전세금을 지키기 위한 확정일자도 무효가 된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정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논란이 될 경우 자체 실거주 여부 조사를 거쳐 정해진 벌칙 조항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처벌과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을 싸게 받았다는 것만으로 입주 시기와 거주 기간을 모두 의무화한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최근 전세난 완화를 위해 입주 의무 기간(최초 입주 가능일부터 90일 이내에 입주해야 함)이라도 임대차 계약갱신기간인 2년 정도로 늦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깜짝 놀란 눈…뭘 봤길래?
  • "내가 몸짱"
  • 내가 구해줄게
  • 한국 3대 도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