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구 집창촌 '자갈마당' 기습단속…"문열어라" 실랑이

단속정보 새나가 전업소 불끄고 셔터 내려
영업재개 때까지 2시간동안 잠복하고 대기
단속 걸리자 성매수남 방문 잠그고 버텨
성매매 여성들 "먹고 살길 막막" 단속 방해
  • 등록 2015-05-01 오전 3:00:00

    수정 2015-05-01 오후 3:10:23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저 뒤에 뭔데, 방문 좀 열어보이소.”, “집행유예 걸린 지 1달도 안 됐는데 딴 데는 안 그러고 와 맨날 여기와서 그러노. 옛날 집이라서 열쇠가 없다니까.”

30일 새벽. 대구시 중구 도원동 일대 집창촌인 일명 ‘자갈마당’의 한 성매매 업소에 대구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과 여성가족부(여가부) 인권보호점검팀이 들이닥쳤다. 1층 업소 방 18개를 확인하던 중 일부 방문이 잠겨 있자, 경찰과 업소 주인간에 고성이 오가는 승강이가 벌어졌다.

뒤늦게 문이 열리자, 반바지를 챙겨 입은 30대 여성과 얼굴이 사색이 된 한 남성이 걸어 나왔다. 2평 남직한 방에는 분홍빛 조명 아래 2인용 침대와 에어컨, 화장대가 설치돼 있고 이불과 크리넥스 화장지 등이 놓여 있었다. 다른 방 화장대 서랍에서는 콘돔이 발견됐다. 18개 방 모두 방문 맞은 편에 외부로 통하는 쪽문이나 창문을 설치해 단속에 대비했다. 경찰은 업주 1명, 성매수남 3명, 성매매녀 2명을 적발해 진술서를 받고 조사했다.

이날은 여가부가 올해 처음으로 지방경찰청과 함께 성매매 집결지 단속에 나선 날이다. 지난달 여가부는 경찰, 교육부 등과 대책회의를 열고 전국 12개 시도 24개 성매매 집결지를 상대로 △집중단속 △고강도 행정처분 △범죄수익 몰수·추징 등 폐쇄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성매매 집결지 규모는 2004년 35곳에서 지난해 24곳으로 줄었다. 여가부는 집결지에 종사하는 성매매 여성이 전국적으로 5000명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 자갈마당에는 현재 36개 업소에 30대 이상 110여명의 여성이 종사하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최근 감사원 간부들의 성매매를 적발해 ‘공직 암행어사’라는 별칭을 얻은 여가부 인권보호점검팀은 대구를 시작으로 성매매 집결지 문제에 칼을 빼든 상태다.

여성가족부 인권보호점검팀과 대구지방경찰청이 30일 새벽 대구시 중구 도원동 일대 집창촌인 일명 ‘자갈마당’의 한 업소를 급습해 불법 성매매를 적발했다. 2평 남직한 방안에는 침대, 화장대 등 설비가 갖춰져 있었고, 방문 맞은 편에 외부로 통하는 쪽문이나 창문을 설치해 단속에 대비하고 있었다. (사진 출처=여성가족부, 최훈길 기자)
성매매 집결지 폐지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성매매 집결지는 업소 간 연락이 긴밀해 단속정보가 삽시간에 퍼지고, 단속 시 업소들 반발이 극심하다. 변종 성매매 업소보다 단속인원은 많이 필요하고 실적은 내기 힘든 구조다. 특히, ‘자갈마당’ 구역은 바둑판처럼 구획이 나뉘어 있어 길게 이어진 골목형 집결지보다 단속 상황이 쉽게 노출된다.

실제 이날 단속팀은 밤 11시께 현장을 급습하려고 했지만, 단속 상황이 노출돼 전업소가 일시에 불을 끄고 셔터를 내려버렸다. 작전이 사전에 탄로난 탓에 단속팀은 업소들이 영업을 재개하고 손님이 입장할 때까지 2시간 이상 ‘뻗치기(잠복)’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행인으로 위장한 ‘문빵(삐끼)’이 경찰들 외모와 차량번호 등을 기억해 뒀다가 수시로 (성매매 집결지) 주변을 돌아보고 수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윗선에 보고하고 있다”며 “경찰이 제보 수집, 잠복, 탐문, 위장을 하듯이 업소들도 적발 당하지 않도록 비슷한 방식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단속에 적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 업소 입구에는 순식간에 100여명 가까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자갈마당 성매매 업소 업주들을 대표해 3명이 나섰다. 이들은 여가부 점검팀에 면담을 요구했다.

업주대표는 “여가부 장관이 대구만 이렇게 심하게 단속해 죽을 지경이다. 재활 등의 지원책은 없이 단속만 해대면 우리 보고 죽으라는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점검팀 측이 “선불금에 묶여 집결지를 떠날 수 없는 어려운 실정에 처한 여성들을 찾아 지원해야 한다”고 맞서자, 업주 측은 “감금한 적 없다”고 펄쩍 뛰었다.

성매매 종사여성 50여 명이 단속차량을 막아섰다. 이들은 차량 주변을 둘러싸고 창문을 두드리면서 “여기서 눕겠다. 이대로 못 나간다”고 버텼다. 이들은 대구 경찰청 차량에는 길을 터줬지만 여가부 단속 차량은 새벽2시께까지 놔주지 않았다.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면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다는 이유에서다.

박노경 여가부 인권보호점검팀장은 “최후의 보루인 성매매특별법까지 없애면 불법 성매매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며 “고생하는 경찰과 장애를 가진 성매매 여성에 대한 지원 예산이 충분히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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