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빨리 갚으라고요?"…대출자들 '비거치 분할상환' 외면

담보대출의 36%에 그쳐…안심대출 판매 이후 '제자리'
거치식보다 대출금리 낮지만 매달 상환·연체 페널티 부담
  • 등록 2015-08-28 오전 6:00:00

    수정 2015-08-28 오전 6:00:00

[이데일리 최정희 정다슬 기자] “대출 빨리 갚으라는 거예요?”

27일 오전 한 시중은행 서울 서대문 본점. 대출을 담당하는 한 직원이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하러 온 고객에게 쩔쩔매고 있다. 거치식 분할상환(기존 만기 일시 상환) 대출자에게 비거치식 분할상환(원리금 균등상환)으로 갈아타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가 ‘대출 빨리 갚으라는 것’이냐며 따져 묻는 고객에 호되게 당했다. 이 직원은 “비거치식이 더 유리하다고 설명해도 불쾌감을 표시하며 반발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아직 대책이 정착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잔액에서 ‘비거치식 분할상환’ 방식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은행들이 우대 혜택을 주고 있지만,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자의 절반 이상은 거치식 분할상환을 선호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나 고령자들은 생활비나 사업자금을 이유로 주택담보 대출을 이용하고 있어 빚을 매달 나눠 갚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방식이 의무화되지만 긴급 생활자금, 의료비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규정을 많이 둘 것으로 보여 은행들로선 비거치식 분할상환 방식을 확대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거치식 분할상환 방식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당국의 정책 도입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돈 더 내더라도 거치해달라”

이데일리가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분석한 결과 7월말 현재(국민은행은 6월말) 이들 은행의 전체 대출에서 원리금 균등상환, 비거치식 분할상환 비중은 35.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64.4%는 여전히 일시상환, 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인 셈이다. 안심전환대출이 판매됐던 3월과 4월 비거치식 분할상환 비중이 소폭 늘어났지만 반짝 효과를 본 후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7월 주택담보대출 2만 8418건 중 67.8%(1만 9281건)가 거치식 분할상환이었다. NH농협은행도 같은 달 신규 취급된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이상이 일시상환, 거치식 분할상환이었다.

대출 조건은 비거치식 분할상환이 유리하다. 연소득 5000만원 소득자가 서울 지역 아파트를 담보로 3억원 가량 국민은행에서 대출(5년 혼합형, 30년 만기)받는다면 비거치식 분할상환은 연 2.78%(27일 최저금리 기준)로 거치식 분할상환보다 0.2%포인트 더 낮고 대출 한도도 늘어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 고령자 등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고객은 매달 일정 금액을 갚아 나가는 것도 큰 부담”이라며 “분할상환을 하다가 연체하면 더 큰 페널티를 물 수 있다는 점도 대출자들이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취급된 주택담보대출 45조 4000억원 중 41.2%가 생활비나 사업자금, 기존 빚 상환 등으로 사용됐다. 이들은 대부분 거치식 분할상환으로 이자만 내다가 거치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는 방식으로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원칙보다 많은 예외들…제도 효과 의심

일각에선 당국 방침대로 내년부터는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때 원칙적으로 ‘비거치식 분할상환’을 적용하게 되는 만큼 비거치식 분할상환 제도가 정착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작 은행들은 손사래를 친다. 비거치식 분할상환에 우대 혜택을 줘도 기존 대출자들이 갈아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거치식 분할상환을 취급할 수 있는 예외도 많아 고객들이 기존 대출방식을 고수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전국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에선 긴급 생활자금, 의료비, 상속으로 인한 불가피한 채무 인수 등의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할 경우엔 거치식 분할상환을 적용토록 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명확한 상환 계획이 있는 경우나 신규 분양의 경우에도 거치식 분할상환을 적용토록 할 방침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소득이 일정하지 못한 고령자나 소득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라며 “이들은 주택 구입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대출을 많이 하는 만큼 이들에게 거치식 분할상환을 할 수 있게 예외를 두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고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비거치식 분할상환에 인센티브를 줘도 계속 거치식 분할상환을 하겠다는 대출자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은행에서도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서민의 자금 사정을 크게 위축시키지 않고 정책 목표 역시 달성할 수 있는 연착륙 방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어설명

▷거치식 분할상환 : 일정기간 동안 이자만 내다가 거치기간이 끝나면 원금과 이자를 갚아가는 방식의 대출. 현재 국내은행에서 취급하는 최대 거치기간은 3년이다.

▷비거치식 분할상환 : 대출금을 대출기간 동안 나눠 매월 갚아가는 방식. 원금을 매월 갚아가는 원금균등분할상환과 총이자와 원금을 합한 것을 매월 갚아가는 원리금균등분할상환이 있다. 원금균등분할상환이 원금이 시간이 지날 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가장 총 이자액은 적지만 상대적으로 초반 상환부담은 크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모가 더 빛나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