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금은 전세계적으로 화폐의 기준이 된 ‘특별한’ 귀금속이다. 그 옛날 고대부터 공예용 장식용 등으로 쓰였고, 근세 들어서는 기축통화 역할도 해왔다.
금은 안전자산의 대명사다. 그 자체로 가치가 안정돼 있고, 닳아없어지지 않으며, 쪼개지고 깨져도 가치가 유지되는 화폐다. 주요국 외환보유액 중 상당액이 금에 투자돼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104.4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금 가격이 최근 하락하고 있어 주목된다.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금 현물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온스당 0.91달러 상승한 121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최근 금 가격은 완연한 내림세다.
은 가격도 함께 내리고 있다. 10일 은 현물가격은 온스당 15.67달러를 기록했다. 15달러대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금 가격도 연동돼 움직이고 있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10일 기준 금 한 돈(3.75g)은 16만7888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3월15일 한 돈당 16만7100원에 마감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 가격은 줄곧 17만원대 위에서 거래돼 왔다. 이는 현재 20만원 안팎에 파는 한 돈짜리 돌반지 가격이 더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갑작스러운 약세의 이유는 금 특유의 성질과 관련이 있다. 금 가격이 내리는 건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움직임 영향이 가장 크다. 특히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충격과 금 가격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돈 풀기 정책을 폈던 중앙은행들이 긴축의 칼을 빼들 정도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투자 심리도 스멀스멀 올라오자, 금 가격은 반대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과 은 가격은 글로벌 채권시장의 변동성과 같이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금이 달러화로 거래된다는 점도 가격 하락을 부르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미국 자금유입 확대→미국 달러화 강세 등의 경로다.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면 상대적인 금 가치는 하락한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금 가격이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초처럼 온스당 1100달러대 급락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