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올려야 하는데…저물가 눈에 밟히네(종합)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딜레마
2월 근원물가 1.2% 상승률 그쳐
5년2개월 만에 최저치 하락 기록
글로벌 인플레 추세 속 '홀로 둔화'
상반기 인상 어렵다는 관측 무게
  • 등록 2018-03-07 오전 5:05:30

    수정 2018-03-07 오전 5:05:30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내 물가의 둔화가 이례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소비가 얼마나 활발한지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1% 초반에 그치고 있다. 수출발(發) 경기 반등의 온기가 스며들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내부도 고민스러운 기류가 읽힌다. 최근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5월 인상론’이 퍼지고 있지만,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1% 초반대 머문 근원물가

6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2월) 소비자물가지수 중 석유류·농산물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2% 상승하는데 그쳤다. 통화정책 목표치인 2.0%에 한참 못미친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4%)보다더 더 낮았다. 1월(1.1%)만 제외하면 2012년 12월 이후 5년2개월 만의 최저치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1.5% 이하에 머물고 있다.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근원물가는 2010년 이후 매해 3.2%→1.7%→1.6%→2.0%→2.2%→1.6%→1.5%의 흐름을 보여 왔다. 1% 초반대는 이례적으로 낮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근원물가는 중요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농산물값, 공공요금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 탓에 널뛰기 가능성이 있는 반면, 근원물가는 수요 측면에서 기조적인 물가 추세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근원물가가 이처럼 둔화하는 건 소비 심리가 과거 어느 때보다 악화돼 있다는 의미다. 수출이 이끄는 경기 회복세가 경제 밑바닥까지 퍼지지 않았다는 방증이 ‘경제 체온계’ 근원물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달 1.3% 상승률에 불과했다. 1월(1.2%)만 빼면 2012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이 매달 집계하는 소비심리의 둔화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 대비 1.7포인트 하락한 108.2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107.4) 이후 5개월 만의 최저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 주도의 회복이 효과적으로 가계소득으로 연결되는 것 같지 않다”며 “올해 근원물가가 1% 중반대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의 전망치(석유류·농산물 제외지수 1.7%,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 1.8%)와는 차이가 있다. 한은 측은 “예상 경로대로 가고 있다”(박세령 한은 물가분석부장)고 설명하지만, 이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도 적지는 않다.

저물가 우려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에도 고민거리다. 한 금통위원은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실제로 나타날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통화정책을 하는데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1차적인 목표는 물가”라며 “근원물가 자체가 높지 않아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매파(통화긴축 선호)’ 이주열 총재의 연임 결정 이후 시장에 조기 인상 경계감이 퍼지고 있지만, 그럴 여건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박 실장은 올해 하반기, 다시 말해 7월께 한은이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HSBC, 바클레이즈 등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올해 3분기, 1회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이날 서울채권시장은 이 총재 연임 직후 급등했던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보합에 머물렀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0.1bp(1bp=0.01%포인트) 상승한 2.312%에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오히려 0.1bp 내린 2.550%에 마감했다.

문제는 ‘나홀로’ 물가 둔화

문제는 우리나라가 ‘나홀로’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8%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유럽과 일본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기를 두고 한은 금통위의 고민은 그 어느 때보다 깊을 수 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미국과 기준금리 역전 자체가 문제는 안 되겠지만 역전 폭이 부담인 건 맞다”며 “한은이 상반기 인상에 나선다면 그것은 미국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근원물가(core inflation)

농산물과 석유류 등 일시적인 외부 충격을 제외한, 수요 측면의 장기적이고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말한다. 예를 들어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낮다면, 중장기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만한 수요가 미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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