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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영국 극작가 줄리안 미첼이 1981년 발표한 연극 ‘어나더 컨트리’가 38년 만에 국내 초연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어나더 컨트리’는 1930년대 영국 명문 사립학교를 배경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가이 베넷과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이단아 토미 저드의 이상과 꿈, 좌절을 그린 작품이다. 1981년 런던 그리니치 극장에서 초연했고 이듬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로 무대를 옮겨 인기를 누렸다. 1984년 동명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작품은 명문 사립학교를 무대로 다양한 사상을 지닌 학생들의 대립과 갈등을 통해 20세기 초반의 시대상을 보여준다.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유티플렉스 1관에서 진행한 전막 시연회에서 김태한 연출은 “시대적으로도 동떨어져 있는데다 영국이라는 배경도 우리 문화와 차이가 있어 고민이 많았다”며 “우리나라 관객이 어떤 관점에서 이 작품을 바라볼지를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을 보면 알겠지만 개인과 단체의 사상과 가치관이 충돌했을 때 생기는 부조리와 모순과 이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지금 시대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이런 관점에서 작품을 그려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어나더 컨트리’는 영국 공연 당시 신인들의 등용문으로도 유명했다. 배우 콜린 퍼스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번 국내 초연도 총 19명의 출연 배우 중 13명을 신인들로 기용해 화제를 모았다. 김 연출은 “관객 입장에서는 신인 배우들이 많은 작품에 낯선 부분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신인들만의 새로운 에너지도 있어 나름의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26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토미 저드 역에 낙점된 신인 배우 문유강은 “오디션 통과가 부담이 안 됐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토미 저드가 어떻게 하면 설득력 있는 캐릭터로 보일 수 있을지 고민했고 인간적인 면모를 담아서 연기하고자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 배우들만 출연하는 이 작품에서는 동성애가 중요한 코드로 등장한다. 권위적인 사립학교 내에서 빚어지는 여러 갈등의 한 축에 동성애가 있기 때문이다. 가이 베넷 역의 배우 박은석은 “동성애에만 중점을 두고 있지는 않다”며 “동성애 코드를 통해 한 아이의 성장을 보여주면서 억압에 반항하는 모습을 담은 세련되면서도 고급스러운 텍스트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드라마 등에도 출연해 친숙한 배우 박은석, 연준석, 이충주를 비롯해 문유강, 이지현, 강영석, 배훈, 이태빈, 이주빈, 최정우 등이 출연한다. 공연계 대표 연출가 이지나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오는 8월 11일까지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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