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로원 탈출한 '100세 노인', 그의 인생은 지금부터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무대 위 쉴틈 없는 '캐릭터 저글링' 압권
모든 경계 허문 '젠더 프리 캐스팅' 눈길
  • 등록 2019-12-09 오전 12:30:01

    수정 2019-12-09 오전 7:27:17

알란이 100세 생일 파티가 열리기 전 양로원 창문을 넘어 도망치고 있다(사진=연극열전)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잠옷 차림으로 양로원을 탈출하려는 100세 노인 ‘알란’. 창문을 넘으려는 찰라 사진 찍듯 무대가 멈추고, 네 명의 젊은 ‘알란’이 등장한다. 5명의 알란이 뿜어대는 속사포 대사로 연극은 시작부터 시끌벅적하다. 그리고 슬리퍼를 신은 노인의 발이 창문을 넘어 땅에 닿는 순간,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알란이 양로원 탈주 후 우연히 갱단의 돈가방을 훔치면서 펼쳐지는 황당한 에피소드와 과거 100년 동안 의도치 않게 근현대사의 격변에 휘말리며 겪은 모험이 유쾌하게 교차하는 극이다. 알란의 100년 인생을 압축한 만큼, 멀미 날 만큼 빠른 템포로 진행된다.

알란의 삶 속에 등장한 60여 명의 인물들과 코끼리, 개, 고양이까지 단 5명의 배우가 전부 소화하는 ‘캐릭터 저글링’과 성별에 얽매이지 않는 ‘젠더 프리 캐스팅’이 시선을 붙든다. 5개의 배역이 전부 ‘알란’(100세 알란, 알란1, 알란2, 알란3, 알란4)이고, 알란에 남녀 구별은 없다. 배우들은 가슴에 이름표를 붙여 배역을 알려준다.

알란의 삶은 파란만장하다. 스페인에서 프랑코 장군의 목숨을 구하고, 미국에선 핵 개발에 참여한다. 중국에선 마오쩌둥의 아내를 구출하며, 러시아에선 스탈린을 만나고 노동교화 수용소에 감금되기도 한다.

방대한 내용을 다룬 만큼 연극임에도 러닝타임이 무려 150분(인터미션 15분)에 달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알란의 기억 창고처럼 장식장으로 이루어진 무대, 스웨덴에서 출발해 스페인, 미국, 중국, 이란, 인도네시아, 프랑스, 북한 등 알란의 여정에 함께 하는 각국의 건배사와 전통춤 등이 보는 맛을 더한다.

2009년 출간 이후 전 세계 35개국에서 1000만 부 이상 팔린 동명의 스웨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지이선 작가와 김태형 연출 등 국내 창작진을 통해 재탄생됐다. 지난해 초연 당시 “기발하고 놀라운 공연”, “재미와 감동 둘 다 잡은 작품” 등 호평받으며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았다.

지이선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미래를 향해 정진해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면서 “극의 주제를 보다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어 초연과 비교해 몇몇 부분을 수정했다”라고 설명했다.

2막 후반부 알란의 탈주 배경을 설명하는 고양이 ‘몰로토프’의 에피소드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평생 몸에 지니고 살아왔던 성냥갑을 양로원에 뺏기고 허탈해 하는 알란에게 고양이로 분한 배우들이 “포기하지마. 다시 성냥을 그어”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용기를 얻은 알란은 새로운 삶의 불꽃을 터뜨리기 위해 ‘창문’을 넘기로 결심한다.

유쾌한 웃음과 잔잔한 감동으로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극이다. 배해선, 오용, 김아영, 오소연, 오종혁, 이형훈, 최호승, 김보정, 임진아, 전민준이 출연한다. 공연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내년 2월 2일까지. 관람료는 4만~5만5000원.

알란이 중국 마오쩌둥의 아내 장칭을 구하고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집으로 가고 있다. 사다리 타는 걸 히말라야 산맥을 오르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사진=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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