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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내수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국민들의 실제 생활수준은 더 나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고소득층의 소득 집중이 커진 것도 가계의 체감경기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2017년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연 이후 2년 연속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로 가는 징검다리의 간극은 더 멀어지게 됐다.
1인당 GNI 3만1000달러대…2년연속 하락
1일 한국은행은 12월 한달간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수준까지 급격하게 상승하지 않는 이상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1000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명목 국민소득을 인구로 나눠 산출한다. 국제비교를 위해 달러화로 표시하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집계된 우리나라의 명목 국민소득을 보면 코로나19 여파로 정체한 가운데, 1~11월 평균 환율이 약 2% 상승해 달러 기준 소득을 낮췄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1인당 GNI는 2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게 됐다. 1인당 GNI는 지난 2017년 3만1734달러를 기록하며 처음 3만달러대에 진입한 이후 2018년 3만3564달러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3만 2115달러로 4년만에 감소전환한 뒤 올해도 하락세를 지속한 것이다.
지난해 감소는 주력산업 업황 악화로 명목소득 성장률이 1.1% 증가에 그친 가운데 환율이 5.9%나 상승한 것이 원인이었다면 올해는 코로나 19 충격이 결정적이었다. .
특히 코로나19 충격은 기업보다 가계에,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 집중돼 소득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감안하면 가뜩이나 주요국 대비 낮은 1인당 국민총소득의 가계소득 비중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8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55.7%로, 일본과 독일(2014년 기준 약 62%)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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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취약한 가계와 기업이 무너지면 소비와 고용위축으로 저성장은 고착화하며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도 늦어진다.
우리나라는 2006년 2만달러 고지를 넘어선 이후 3만달러에 도달하는 데 11년이 걸렸다. 한국이 매년 2%씩 성장한다면 3만달러 진입 9년만인 오는 2026년 4만달러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성장률이 둔화하면 4만달러 시대는 더 멀어질 수 있다. 일례로 이탈리아는 2004년 3만달러에 진입했지만, 이후 이어진 경기침체로 인해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국민소득 3만달러 초반에 정체돼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노동비용 상승으로 한국 경제가 노동투입을 줄이는 과정에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를 보면 속보치 대비 0.2%포인트 상향한 전기 대비 2.1% 성장을 기록했다. 분기기준 2009년 3분기(3.0%) 이후 11년만 최고치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 증가에도 서비스 소비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며 전분기 수준을 유지한 반면, 설비투자와 수출이 각각 8.1%, 16% 증가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교역조건 개선으로 실질GDP 성장률을 웃돈 2.4%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