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로섬게임]현대차가 고급차에 힘 쏟는 까닭

중국업체 자국 점유율 3.3%P 증가
합자형식으로 북미 진출하며 위협
'10년 후 대비하자' 해외인재 영입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로 활로 찾기
  • 등록 2016-01-01 오전 1:00:00

    수정 2016-01-01 오전 1:00:0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이대로는 10년 후가 불안하다’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을 비롯한 국내 자동차 회사가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새로운 길 찾기에 나섰다. 일본 도요타·미국 GM 등 앞선 기업은 2008년 이후 5년여 동안 이어진 침체에서 벗어나 정상 궤도에 들어섰다. 더 이상의 반사이익은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뒤에서는 어느덧 훌쩍 큰 중국·인도 등 신흥국 자동차 회사가 신흥 저가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신흥국을 기반으로 10년 동안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의 지위를 유지해 온 한국차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다른 중공업이나 전자업계만큼 당장 위협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미리 격차를 벌리지 않으면 언제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불황이 올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모터쇼에 전시된 중국 독자 자동차 브랜드 비야디의 신차 ‘쓰위에’.
‘먹성’ 좋은 중국차.. 한국차 직·간접적 위협

중국 등 신흥국 자동차 회사는 아직 선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일부 중국 회사는 연 2000만대가 넘는 세계 최대의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연말까지 이어진 중국 불황은 이들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외자기업이 부진한 가운데 중국 현지 브랜드는 저가 SUV를 앞세워 올 1~3분기 점유율을 40.9%로 전년보다 3.3%포인트 끌어올렸다.

창안자동차는 이 기간 약 81만대의 완성차를 판매하며 베이징현대(72만대)를 제치고 5위에 올랐다. 현대차가 중국 현지 브랜드에 뒤진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업체의 공세는 자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나타날 조짐이 엿보인다. 미국 GM과 합자회사인 상하이GM은 최근 내년 미국을 비롯한 북미에 뷰익 차량을 연 3만~4만대씩 수출키로 했다. 중국산 자동차가 합자 형식으로나마 선진 시장 진출을 시작한 것이다.

중국산 자동차 수출은 2012년 100만대를 넘어선 이후 감소 추세다. 주 수출무대인 신흥국 경기침체 때문이다. 지난해 1~10월 판매도 65만대로 전년보다 약 16% 줄었다. 그러나 일단 ‘중국산’으로도 판매가 이뤄지기 시작하는 순간 그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더욱이 조건은 더 좋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스웨덴의 고급차 볼보의 모회사다. 인도 타타자동차는 영국 고급차 재규어·랜드로버를 갖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도 중국·인도 등 신흥국에서의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북미·유럽 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며 “이르면 5년 내 중국·인도 업체의 본격적인 선진 시장 진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해 11월4일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처음으로 공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브랜드 ‘제네시스’로 본격 고급화 나서

한국차는 고급화로 승부수를 띄웠다. 독일·일본 브랜드가 그랬듯 신흥 브랜드가 부상하기 전 질적인 격차를 벌려놓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현대차가 지난해 11월 선보인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다. 올 초엔 첫 모델인 대형 세단 G90(국내명 EQ900)으로 북미 시장에 진출한다. 2020년까지 중형 세단과 SUV를 포함해 총 여섯 가지의 라인업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스타 플레이어도 대거 영입했다. 루크 동커볼케를 전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로 영입했다. 이와 함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 임원을 제네시스 전략담당(전무)으로 영입했다.

현대차는 앞선 지난해 9월 고성능 브랜드 ‘N’을 선보이며 전 BMW M 연구소장 출신인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 소장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상위 소득층의 고급 수요와 중산층 이하의 저가 수요로 나뉘는 추세”라며 “브랜드 제네시스가 고급차 수요가 늘고 있는 신흥국에서 입지를 갖추려면 미국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뿐 아니다. 한국GM과 르노삼성도 GM과 르노-닛산이라는 세계 톱4 자동차 그룹사의 일원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해 활로를 찾는다.

르노삼성은 2014년 스페인산 소형 SUV QM3를 수입해 내수 판매를 늘리는 동시에 닛산 로그 북미 수출로 생산량도 끌어올렸다. 세단 개발의 강점을 살려 르노의 글로벌 중형 세단 탈리스만의 디자인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국GM도 올 10월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제임스 김 사장 주도로 수익성 회복을 모색한다. 제임스 김은 한국GM의 첫 한국계 대표다.

쌍용차(003620)도 모회사인 인도 마힌드라를 중심으로 여러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마힌드라는 지난 15일 85년 역사의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인 회사 이탈리아 피닌파리나를 인수키로 했다. 디자인 부문에서의 협업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고급화 전면에 나선 스타 플레이어 출신 외국인 임원. (왼쪽부터)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 알버트 비어만 고성능차 담당 부사장,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제네시스전략담당 전무.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올 초 북미 시장 판매를 시작하는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모델 G90(국내명 EQ900). 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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