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돌아온 백두산호랑이, 근친교배 막으러 '국제결혼'

산림청, 백두대간수목원 내 4.8ha 규모의 호랑이 숲 조성
두만이 필두로 3마리 추가 입식해 향후 10마리까지 늘려
과학적인 건강관리부터 우수한 종 보존을 위한 체계 구축
맹수적 특성과 개체수 부족으로 근친교배 등 어려움 산적
  • 등록 2017-02-19 오전 7:30:00

    수정 2017-02-20 오전 9:44:38

호랑이를 위한 물놀이 시설. 사진=서울대공원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우리 민족의 상징인 ‘백두산호랑이’가 백두대간에서 새로운 부활을 꿈꾸고 있다.

정부는 최근 경북 봉화의 국립 백두대간수목원 내 호랑이 숲으로 이송한 백두산호랑이 ‘금강’이의 갑작스런 죽음을 계기로 100년 전 남한에서 자취를 감춘 백두산호랑이에 대한 종 보존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현재 전국의 각 동물원에 있는 백두산호랑이에 대한 과학·체계적인 검진과 관리에 나서는 한편 근친교배로 인한 유전병을 막기 위해 기관간 협업을 강화해 각지에 수용돼 있는 호랑이간 교배를 추진한다.

또한 서울대와 경북대 수의학과 등 국내 전문기관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전문 관리에서 종 보존까지 아우르는 중장기 대책도 마련한다.그러나 맹수인 호랑이는 쉽게 고통을 표현하지 않는데다 전신마취전에는 정밀검진이 불가능해 질병을 조기에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과 근친교배를 막기 위한 러시아와 중국과의 협력 문제 등은 해결이 쉽지 않은 과제다.

환경부·산림청, 호랑이숲 조성해 종보전 착수

지난달 25일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백두대간수목원 내 호랑이 숲으로 이송된 11살배기 ‘금강’이가 9일 만인 지난 3일 오후 갑작스럽게 폐사했다.

부검 결과, 금강이의 사인은 만성신부전증으로 확인됐다. 오래전부터 병을 앓고 있다가 대전에서 경북 봉화까지 250㎞를 장기 이동하면서 스트레스가 가중돼 폐사한 것으로 파악했다.

백두대간수목원에 대한 조성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산림청 강신구 박사는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전신 마취를 한 후 혈액검사를 실시해야 하지만 이 방법도 마취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어 자주 시행할 수 없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 박사는 이어 “호랑이에 대한 건강진단 기법을 비전문기관이 단독으로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국내외 권위있는 동물 전문 의학기관에 의뢰해 체계적인 건강 관리에 나설 방침”이라며 “백두대간수목원 내에 이를 위한 연구조직을 신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랑이숲은 환경부와 산림청이 멸종위기에 처한 백두산호랑이의 종 보존 및 체계적 관리를 위해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내에 조성한 곳이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일원에 조성된 국립 백두대간수목원은 부지면적만 5179㏊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수목원이다.

전시·연구·휴양 기능을 함께 갖춘 새로운 개념의 수목원으로 2011년부터 2015년 12월까지 4년간 모두 2200억원을 투입해 건설했다. 지난해 9월 임시 개관했으며, 운영 상태에 대한 점검을 마친 후 올해 정식 개장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백두산호랑이를 방사할 호랑이 숲을 비롯해 세계 최초의 산림종자 영구 저장시설인 시드볼트(Seed Vault), 기후변화지표식물원, 고산식물 연구동, 야생화 언덕 등의 시설이 입주해 있다. 이 가운데 4.8㏊ 규모로 조성한 호랑이 숲은 백두대간의 상징인 호랑이를 자연상태에서 방사·보전하기 위한 시설이다.

에버랜드 등 7곳에서 50마리 사육…관리 선진화 추진

산림청과 백두대간수목원은 국내에서 사육 중인 백두산호랑이에 대한 관리 체계를 한단계 끌어올려 선진화한다는 계획이다. 신부전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내 호랑이 숲으로 이송했다가 폐사한 금강이 사례가 계기가 됐다.

현재 국내에는 서울대공원과 삼성 에버랜드, 삼정테마파크, 달성공원, 우치공원, 대전오월드, 청주동물원 등 7개 기관에서 모두 50마리(수컷 18마리, 암컷 32마리)의 백두산호랑이를 보유하고 있다.

강신구 박사는 “현재 호랑이 숲에서 생활을 시작한 두만이를 필두로 3마리를 추가로 확보해 궁극적으로 모두 10마리의 호랑이를 이곳에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두대간수목원은 백두산호랑이의 추가 도입을 위해 현재 서울대공원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강 박사는 “아무리 좋은 환경에 좋은 종을 갖고 있어도 특정지역에서만 교배를 할 경우 유전자의 다양성이 줄어들게 된다”면서 “국내 호랑이 보유기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근친교배를 사전에 차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두산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는 과거 한반도를 비롯해 만주와 연해주 일원에서 서식했다. 백두산호랑이는 다른 열대지방 호랑이와 달리 몸무게가 최대 300㎏ 이상이며, 활동영역도 1300㎢에 달한다.

서울대 이항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백두산호랑이의 유전자와 현존하는 시베리아호랑이의 DNA 염기서열은 100% 일치한다. 즉 시베리아호랑이가 백두산호랑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각종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먹잇감 감소, 밀렵 등 외부적인 요인과 함께 근친교배 등 내부적 요인이 겹치면서 백두산호랑이가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육 중인 50마리의 백두산호랑이만으로 교배를 진행할 경우 2대와 3대에서 근친교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산림청과 백두대간수목원은 호랑이 4마리를 10마리까지 늘리기 위해서는 국내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서식 중인 시베리아호랑이와의 교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멸종위기에 있지만 아직 450마리 정도의 백두산호랑이가 연해주를 중심으로 러시아와 중국, 북한 접경에 살고 있다”며 “백두산호랑이의 종 보존을 위해서는 외교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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