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하면 수천만원"…불황 속 백화점, 'VIP' 핀셋 맞춤관리

작년 백화점 3사 VIP 매출 '줄성장'
롯데百 5%, 현대百 18%, 신세계百 27% '껑충'
"안정된 집단 찾는 경향...경기불황에 더 심화해"
  • 등록 2018-01-08 오전 6:30:00

    수정 2018-01-08 오전 6:30:00

지난해 8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2층 오데마 피게 매장에서 국내 단 한 점 입고된 10억6000만원대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시계’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현대백화점)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서울 강남 소재 한 정보통신(IT) 회사 대표 임상환(35·가명) 씨는 현대백화점의 VIP 고객이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혼수용품을 구매하면서 6000만원 상당의 돈을 쓴 덕에 현대백화점 최고 등급인 ‘쟈스민’ 자격을 얻었다. 그는 올해도 VIP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현대백화점에서만 쇼핑을 즐길 생각이다.

임씨는 “사업 파트너와 간단한 티타임을 즐길 때 VIP에게 제공하는 백화점 라운지 서비스를 이용하곤 한다”며 “사람이 붐비는 시간대에 발렛파킹 같은 서비스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VIP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성장하는 백화점 ‘큰손 시장’

‘상위 1%’의 소비자가 불황 속 유통업계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극심한 경기 침체에도 지난해 국내 백화점 3사의 VIP 매출은 전년 대비 모두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업계는 높은 구매력을 갖춘 VIP 고객층을 확대하기 위해 등급제를 개편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VIP제도인 ‘MVG’(Most Valuable Guest)를 운영 중이다. MVG의 회원 등급은 4단계로 나뉜다. 연간 구매 금액 기준 1500만원, 3500만원, 6000만원, 1억원 이상이면 각각 에이스·크라운·프레스티지·레니스 등급을 부여한다. 지난해 최상위 등급인 ‘레니스’를 추가하면서 ‘VIP 중의 VIP’를 신설했다. 신규 VIP 수요를 창출하기 보다 최우수 고객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전략은 적중했다.

MVG의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9.8%에서 △2013년 20.3% △2014년 20.9% △2015년 21.9% △2016년 22.8% △지난해 23%로 상승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1~12월) MVG 고객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보다 5% 신장했다.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카드로 약 50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TCP’(Top Class Program)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등급은 △골드 △플래티늄 △클럽쟈스민 △쟈스민 블루 △쟈스민 블랙 등 총 5개 등급으로 나뉜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TCP고객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보다 18.3%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연간 구매액 기준 400만원 이상부터 VIP 등급을 부여한다. △레드 △블랙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트리니티(상위 999명) 등 6가지다.

지난해 ‘레드’(연 24회 이상 구매) 등급을 신설하면서, 구매력 있는 20~30대 젊은 VIP 고객을 끌어들이는 등 지난해 VIP 매출은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

“경기 불황일수록 VIP 시장 호황”

VIP에게는 각종 할인(쇼핑, 문화센터)부터 발렛파킹, 라운지 이용, 외부 제휴처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한다. VIP의 구매력을 감안하면 그리 큰 부담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VIP 서비스를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일반 고객들로부터 역차별 논란 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VIP 소비 증가에는 부가 혜택 보다는 ‘특정 집단’에 속한다는 의식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불황이 심화할수록 VIP 칭호를 얻고 싶어하는 경향도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집단의 경우 소속 자체만으로도 큰 만족도를 느끼게 된다”며 “경기 불황처럼 주변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일수록, VIP 같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된 집단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경향은 더 강화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이어 “VIP라는 자격을 얻은 뒤 자신의 경제력과 형편이 남들과는 구분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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