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충남 "이인제? 한국당은 별로" "양승조? 누군지 모르겠네"

9일 아산 온양온천역 인근 돌아보니…‘의뭉스러운 충청도’ 옛말
이인제, 인지도 높지만 호감도 낮아…양승조, 당 인기 높지만 인지도 낮아
토박이 택시기사는 “당색 없는 충청도, 핫바지 아녀… 뚜껑 열어봐야”
  • 등록 2018-05-13 오전 10:00:16

    수정 2018-05-13 오전 10:00:16

양승조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왼쪽에서 두번째)(사진=연합뉴스)
[충남=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난 마음을 딱 정했어, ‘더불어’ 아니면 안 찍을 거야. 한국당 빨간 점퍼만 봐도 화가 막 나, 테레비에 홍준표만 나와도 돌려버린다니까.”(아산시내 한 온천관광호텔 매점에서 일하는 50대 여성 최모씨)

“한국당은 미친 넘들이여, 평양올림픽이라고 허고... 아, 임진각에서 그거 머여? 세계인들이 다 환영하는데! 도와주기는커녕 망하기만 바라는 것들이여.”(온양로 문화의거리 내에서 의류가게 운영하는 60대 남성 김모씨)

충청도 사람들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의뭉스럽다는 말은 옛말인 듯 싶었다. 홍문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11일 ‘충남 필승결의대회’에서 “우리 충남이 바뀌는 조짐은 천안과 아산에서 용트림을 하고 있다, 바뀌고 있다”고 했지만, 앞서 9일 오후 아산시내에서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는 딴판이었다. 정치적 의사 표현을 명확히 밝히는 시민들이 많았고 이들 중 열에 여덟은 한국당을 성토하고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다.

이인제, 인지도는 ‘갑’인데… “구목이여, 구목”

최모씨는 손님들에게 때밀이 수건 두 장, 피로회복제 한 병, 일회용 샴푸린스를 파는 동안에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흡사 방언 터뜨리듯 이십여분간 한국당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여기에 하루 수백명, 주말엔 천명도 넘게 오는데 봐봐. 내가 안 물어봐도 말하는 거 보면 다 비슷하다니까”라며 “잘한 건 잘했다고 인정도 하고 해야지, 상식적이지 않은 얘기만 하잖아”라고 했다.

이인제 한국당 충남지사 후보에 대해서도 한껏 목청을 높였다. “이인제는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국회의원 한 사람이야, 베테랑 능구랭이야. 지역 의원선거에서도 떨어졌으면 자신을 좀 돌아보고 해야지, 또 나와?”

직전에 민주당 소속의 안희정 전 지사가 재선에 성공하긴 했지만, 민주당 텃밭 아닌 ‘캐스팅보터’에 가까웠던 충남의 민심은 이번엔 한국당에 아예 등돌린 분위기였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 38.62%, 홍준표 한국당 후보 24.84%,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3.51%로 전국 평균보다 민주당 쏠림이 적었지만, 충남에서 천안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아산에서도 이번엔 ‘한국당 비토’가 두드러졌다. 남북정상회담에 혹평을 가하는 등 정권 ‘발목’ 잡는다는 인식이 퍼진 까닭인 듯 싶었다.

이인제 후보만 놓고 봐도 인지도는 옆 동네인 천안에서 4선을 지낸 양승조 민주당 후보를 압도했음에도, ‘올드보이’ 이미지 등으로 호감도에선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의류가게 사장 김모씨는 지난 대선 땐 안철수 후보를 찍었다고 했지만, 이젠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그는 “이인제는 경기지사 시절에 끗발이 최고였지, 5공 청문회 때 스타되고 김영삼 후계자라고도 허고. 그땐 나도 지지했는데 이젠 자바롭제. (네?) 분수를 모른다고! 인제사 젊은 사람들 머릴 으띃게 따라간대”라고 고개 저었다.

온양온천역 앞에서 만난 60대 택시기사 조씨는 “손님들이 정치 얘기 많이 허지, 주로 한국당 당수 욕을 많이 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승조가 될 것 같어, 구력이 있잖아. 국회의원도 맻번씩 허고”라고 점쳤다. 이인제 후보가 6선 국회의원임을 상기시키자 그는 답답하다는 듯 “이인제는 구목이여, 구목. 저물어가는 해다, 이 말이여!”라고 했다.

이인제 한국당 충남지사 후보와 홍준표 대표(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인기는 높은데… “양승조? 그 분은 모르것네”

해가 완전히 저물고 나서야 한국당 지지자를 만났다. 온양온천전통시장 입구에서 분식을 팔던 50대 여성 임모씨는 “요새 세금 엄청 걷어, 부동산 세금 엄청 걷어. 그거 다 어디다 쓸라고 그러는데, 북한에 갖다 줄라고 하는 거 아냐”라고 정부 비판을 늘어놨다. 그는 “대선 때야 될 것 같으니까, 문재인이를 찍었는데...”라며 “시장 사람들도 의견이 많이 갈려. 어르신들은 와서 민주당 욕 한참 하고 가고 그러지”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인제는 잘 알고, 양승조? 그 분은 모르겠네”라며 “지난 대선까진 다 투표했는데 올핸 안할 것 같애”라고 했다.

한국당 지지자만큼이나 양승조 후보를 잘 아는 이도 만나기 힘들었다. 의류가게 사장 김모씨만 “양승조는 세종시 때 단식 농성한 것만 알지, 별로 관심이 없긴 허다”고 했다. 양 후보가 2010년 충남도당위원장 시절 세종시 원안 사수를 내걸고 국회에서 단식투쟁을 벌였던 점을 기억하는 듯 싶었다.

온천호텔 매점 최모씨도 자신없는 목소리로 “뭐... 똑똑하다는 얘긴 들었어. 별로 크게 드러나는 문제는 없는 것 같아”라고만 했다. 온양온천역내 한 매장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40대 초반의 여성은 “잘 모르지만 양승조 찍으려고요, 이인제보다도 홍준표가 싫어서 그 당이 다 별로거든요”라고 했다.

문화의거리 내 한 신발가게 직원인 20세 박씨는 “이번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투표할 거에요”라며 웃었다. 박씨는 “민주당이 낫다고 생각해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 명이면 끝난 거 아닌가요, 문재인 대통령이 군인 줄이고 군인들 월급도 올려준다고 했잖아요. 친구들이랑 그런 얘기 많이 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충남 토박이라는 그는 양승조 후보는 물론 이인제 후보 이름도 알지 못했다. 잇달아 만난 화장품 가게, 신발가게의 20대 아르바이트생 3명 모두 여야 후보를 몰랐고 투표 의사도 없다고 밝혀, 젊은층의 선거 무관심도 엿보였다.

온양온천역 앞에서 만난 50대 택시기사 강씨는 담배를 피워물며 “여긴 당색이 없는 곳이여, 핫바지라고 혔다가 디비저불기도 했응께. 핫바지가 아닝께 끝까지 가봐야제, 뚜껑을 열어봐야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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