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축산물시장에 무일푼으로 발을 디뎌 칼 한 자루로 연 300억원대 회사 CEO가 된 인물이 있다. 바로 ‘마장동 최박사’로 불리는 최영일 초이스미트 대표(가양식품 이사)다. 취업이 어려운 이때 청년들에게 마장동에서 기회를 찾으라고 말하는 그를 만나봤다.
- 어떻게 마장축산물시장에 발을 디뎠나
△1985년 상경해 봉제공장에서 5년간 일했다. 이후 1991년 마장축산물시장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돼지가 새벽 4시에 들어와 도축 후 오전 10시 경매를 진행한다. 내가 처음에 하던 일은 기술자가 발골한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포장하고 이곳저곳에 배달하는 일이다. 칼을 다루는 위험한 일이다 보니 처음에는 단순 심부름만 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서 작은 칼로 가장 싼 부위인 뒷다리부터 시작해 발골 경험을 쌓았다. 그렇게 2002년까지 기술자의 길을 걸었다.
-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알려 달라
△ 어릴 적 워낙 가난했다. 때문에 평소 월급쟁이가 아닌 작은 가게라도 가져야겠다는 뜻을 품었다.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마장축산물시장에 들어온 뒤 기술자로 일하면서도 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사실 기술을 익혀 발골하는 작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일을 하면서도 부가가치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내가 사장이라면 어떻게 이익을 가져올까’라는 생각을 지속 품다 보니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 2002년 월드컵 당시 주변 사람들이 월드컵에 열광할 때 나는 새벽 4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했기 때문에 이를 즐길 시간이 없었다. 서울 모든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며 명함을 돌렸다. 그렇게 3년을 버티자 사업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총각이어서 그렇게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웃음). 현재는 50여명의 직원을 두고 연간 3만두 규모의 축산물을 유통·판매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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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장동에서 취급하는 것은 고기지만 결국은 하나의 장사이고 사업이다. 최근 젊은 층을 기반으로 판매 트랜드가 변화하는데 이곳에서도 젊은이들이 속속 들어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 이곳에서는 고기를 매장에서 포장해두면 이를 소비자가 단순히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소비자에게 고기를 건네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이들이 젊은이들이다. 축산 분야는 아직 진입 장벽이 낮다. 경쟁이 치열하지만 성실하기만 하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일을 배운 뒤 자신의 뜻을 펼치는 등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
- 일각에서는 축산업의 위기를 말한다
- 맛있는 고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
△과거에는 돈이 없는 상황에서 배를 채워야 했기 때문에 ‘어떻게 싸게 먹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요새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다. ‘내 만족도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가치를 매긴다. 때문에 고기를 단순히 값으로 환산해서 ‘좋은 고기를 싸게 먹는다’라는 부분에 대한 집착이 덜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고기를 먹는 것이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영상 촬영·편집 = 백현철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