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편법 분양]땅·세금·기금 퍼줬더니…'꼼수' 분양만 판쳤다

  • 등록 2015-07-20 오전 5:00:15

    수정 2015-07-20 오전 7:02:30

△민간 건설사들이 공공임대주택을 지어놓고 사실상 분양을 하는 편법 행위가 판을 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대구 달성군에서 개관한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 홍보관에서 방문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LH]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5년·10년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건설사가 정부로부터 택지·기금·조세 등 각종 혜택을 받고 임대 물량을 사실상 편법으로 분양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무주택 서민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저렴한 임대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취지가 빛이 바래고 재정 낭비만 초래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2009년부터 최근까지 금강주택 등 건설사들은 전국 20개 이상 사업장에서 5·10년 공공임대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계약자들에게 입주 시점까지 많게는 분양가 전액을 받는 사실상의 일반 분양을 했다.

집값 최대 100% 미리 받는 ‘임대 탈 쓴 분양’

국내 최대 임대주택 사업 전문기업인 부영주택은 2009년 경기 남양주시 진전읍에서 10년 공공임대인 ‘진접 사랑으로 부영’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최초로 ‘확정 분양가’ 방식을 도입했다. 법이 정한 임대의무 기간의 절반인 입주 5년 이후의 분양 전환 가격을 미리 확정하고, 이 방식을 택한 계약자들에게 분양대금의 약 77%를 입주 때까지 받았다. 일종의 이면 계약이다.

예를 들어 이 회사가 책정한 이 아파트 85㎡형(이하 전용면적)의 확정 분양가는 2억 3500만원. 부영은 분양받는 사람에게 법에 따라 산정한 임대보증금 1억 6000만원과 5년 치 월세(월 44만원)를 할인한 2000만원을 한꺼번에 내도록 했다. 이후 분양 전환 시점에 연간 임대료 상승분으로 지급한 3200만원을 뺀 2300만원만 더 내면 아파트는 입주자 소유가 된다.

원래 10년 공공임대의 경우 분양 전환 시점에 주변 시세를 반영한 감정가를 기준으로 분양가격을 정한다. 하지만 미래의 집값을 입주자 모집 시점에 미리 결정해 놓고 돈을 주고받는 ‘선물·옵션’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가 향후의 임대주택 매각 차익을 미리 확정하고 임차인의 분양 전환 가격 변동 리스크를 없애주겠다며 이익금을 조기에 회수한 것”이라며 “제도의 허점을 노린 임대의 탈을 쓴 사실상의 분양”이라고 말했다.

부영주택은 경기도 평택시 ‘평택 청북 사랑으로 부영 1·2·3·5차’(3310가구), 충남 천안시 ‘천안 청수 사랑으로 부영’(449가구), 경북 경산시 ‘경산 신대부적 사랑으로 부영 1·2차’(880가구), 제주 제주시 ‘제주 삼화 사랑으로 부영 1차’(324가구) 아파트 등에서도 확정 분양가 계약을 받았다.

광교·김포·동탄2·세종시도 편법 분양 ‘횡행’

본지 취재 결과, 이런 편법 분양은 2009~2011년 경기도 김포한강신도시, 2013~2014년 세종시 등 공공기관이 시행한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현행법상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른 택지개발사업 시행자는 지구 내 전체 공동주택 건설 물량의 40% 이상을 임대주택 용지로 공급해야 한다. 여기에 정부가 당시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며 규제를 대거 풀자 건설사들의 사업 참여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2009년 10년 공공임대주택의 조기 분양 전환을 허용하고, 2011년부터는 과거 7년간 중단했던 5년 공공임대 택지 공급도 재개했다. 이에 따라 민간이 짓는 공공임대 물량(준공 기준)은 2011년 8728가구에서 지난해 1만 8447가구로 3년 새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최근에는 경기도 광교·동탄2·배곧신도시 등 수도권 인기 지역에서도 같은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이 선보였다. 지난 4월 금강주택은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10년 공공임대인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 2차’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69㎡형 확정 분양가를 2억 8500만원, 84㎡형을 3억 2900만~3억 4700만원에 책정했다. 입주 지정일까지 분양대금 전액을 완납하는 조건이다. 이 아파트 분양관계자는 “입주자 거의 100%가 매매 예약제로 계약했다고 보면 된다”며 “월세를 안 내는 데다 저렴하게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이 건설사와 분양 계약자 모두 혜택을 보는 ‘윈-윈’ 구조로 보일 수도 있다. 임대사업자는 마케팅 효과를 높여 사업비를 조기에 회수하고, 입주민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강 펜테리움 센트럴파크 2차’ 아파트의 확정 분양가 납입 조건
정부, 편법 분양주택에 택지·조세·기금 지원

문제는 이들이 얻는 이익의 원천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정부는 택지개발사업 시 공공임대주택 건설업체에 택지 조성 원가보다 싸게 주택 건설 용지를 제공하고, 세금 감면, 기금 저리 대출 등 각종 지원을 한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장기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명분이 있기에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특혜다.

그러나 지금처럼 임대주택을 편법으로 분양해버린다면 본래 정책 취지는 퇴색되고, 건설사와 임대 계약자가 사실상 공공의 재원을 나눠 먹는 구조가 된다. 애초 분양 아파트로 공급할 것이었다면 공적 자금을 지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공임대와 입주 자격 조건이 같은 공공분양주택의 경우 사업 시행자에게 기금 융자만 지원한다. 택지는 조성원가의 100%에 공급하고 세제 혜택은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송인호 KDI(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공임대주택 건설업체에 각종 혜택을 주는 건 목돈 없는 세입자가 다달이 내는 임대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라며 “이런 편법 분양을 묵인한다면 정부가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LH, 편법 임대건설사에 땅값 최대 359억 깎아줘

본지가 단독 입수한 LH 자료에 따르면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 2차’ 아파트 건설 용지(동탄2 A64 블록·5만 4999㎡)는 조성 원가의 85%인 792억 2040만원에 공급됐다. 반면 이 땅을 분양 아파트 건설 용지로 민간에 매각할 경우 조성 원가(1㎡당 169만 4585원)의 110%인 1025억 205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H가 민간에 임대주택을 지으라고 233억원 가량의 손해를 감수하고 땅을 제공한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건설 용지의 실제 공급가격과 이를 분양주택 용지로 공급했을 경우의 차액 비교 [자료=LH·국토교통부]
중흥건설이 2009년 경기도 김포한강신도시에서 공급한 10년 공공임대인 ‘중흥 S-클래스 리버티’ 아파트 용지(Ab13 블록·7만 5340㎡)는 그 차액이 358억 5106만원에 달했다. 분양주택 용지였다면 조성 원가(1㎡당 190만 3428원)의 110%를 받을 수 있지만, 85%만 받고 땅을 넘겼다. 만약 이 아파트 입주민 1470가구 모두가 확정 분양가 계약을 했다면 한 채당 평균 2439만원씩 입주민과 건설사가 택지 가격 할인에 따른 이익을 나눠 가진 셈이다.

취득세·재산세·법인세 등 패키지 조세 감면과 주택 한 채당 최대 9000만원(올해까지)의 건설 자금을 연 3% 금리에 제공하는 기금 대출을 합치면 이 같은 편법 임대주택에 지원한 ‘눈먼 돈’의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전문가 “제도 근본적 재검토 해야”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5년·10년 공공임대주택이 서민 주거 안정이나 민간 임대사업자 육성에 도움이 되기 보다, 단순히 공공임대 물량을 늘리는 수단으로만 사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거 약자의 안정을 도모하겠다며 민간업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줬지만 ‘눈 감고 아웅하는 식’이 돼버렸다”며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그런 사례가 많은지 몰랐다”면서 “확인해 보고 문제가 크다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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