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0대상품]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1983 '반도체 독립 선언'

  • 등록 2015-08-10 오전 3:00:00

    수정 2015-08-10 오전 3:00:00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은 지난 1960년대 후반 외국계 업체의 조립생산으로 시작했다. 당시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라디오와 일부 초보적인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수준으로 반도체 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누가 봐도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반도체산업을 통해 축적된 기술은 국내 연관 산업으로 확산돼 현재 디스플레이·LED·태양광·센서 등의 산업 기반이 됐다.

국내 기업 중에는 아남산업이 처음으로 1968년부터 독자적인 반도체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70년 금성사가 금성전자를 설립하며 반도체산업에 뛰어들었다.

1973년말부터 시작된 제1차 석유파동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몇 안되는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사업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감원과 폐업에 눈물을 삼켜야 했다. 금성전자는 이때 금성사에 흡수합병됐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1974년 ‘한국반도체’가 설립됐다. 우리나라 최초로 웨이퍼부터 패키징까지 일괄공정을 시작한 한국반도체는 설립 첫해 전자손목시계용 CMOS칩을 세계에서 네번째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도 위기에 몰렸고, 삼성이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1978년 삼성반도체로 상호를 변경했다.

럭키금성그룹은 1979년 대한전선그룹이 몰락하면서 매물로 나온 대한반도체를 인수해 금성반도체를 출범시켰다. 1980년대초 웨이퍼 가공부터 조립까지 반도체 일괄생산체제를 갖춘 곳은 삼성과 한국전자(KEC), 금성반도체 등 3개사였다.

1978년부터 1984년까지의 6년은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다. 국민들이 반도체산업 중요성을 인식했고 한국전자가 바이폴라IC(1983년)를, 금성반도체가 마이크로프로세서(1984년)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고 이병철 당시 삼성그룹 회장은 1983년 “왜 우리는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2.8 동경선언’을 발표하고 반도체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삼성은 첫 제품으로 D램을 선택했다. 반도체 관련 대규모 투자를 결심한 고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은 같은 해 현대전자를 설립했다.

삼성이 1983년 개발에 성공한 64K D램 반도체(왼쪽)와 1983년 12월 64K D램 개발성공 발표회에서 축사를 하는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당시 회장.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제공.
삼성은 1983년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보다 4년 늦긴 했지만 예상보다 3년이나 앞당겨 일궈낸 성과였다. 삼성은 64K D램 개발 성공 후 3개월만에 256K D램 개발팀을 꾸렸고 설계 착수 7개월만인 1984년 10월 양산에 성공했다. 삼성이 용인 기흥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한 것도 이때쯤이다.

후발주자였던 현대전자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1985년 바이텔릭사와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16K S램, 64K D램, 256K D램, 1M D램 제조기술 도입에 성공하게 된다.

대량생산을 통해 규격화된 메모리를 생산하는 시스템이 대부분이었지만 1987년을 기점으로 주문형 반도체(ASIC)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속속 진출하면서 반도체 산업에도 다품종 소량생산시대가 펼쳐졌다.

삼성·금성·아남·현대 등 국내 업체들은 반도체 산업에 본격 참여한지 10여년이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기술력에서 일본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올라섰다. 이후 삼성이 1992년 64메가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일본업체들을 꺾고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삼성의 ‘반도체 신화’가 이때 시작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병철(왼쪽 네번째) 당시 삼성그룹 회장과 이건희(왼쪽 일곱번째) 당시 부회장이 1985년 5월 삼성의 256K D램 생산라인 준공식에 참석해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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