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시절]③ '응팔'이 알려준 그곳 기억나십니까

역사속으로 사라진 '추억의 공간들'
약속잡은 이들로 바글 '뉴욕제과·종로서적'
예술영화 마니아 성지 '씨네코드 선재'
고시생 애환 깃든 '노량진 육교'
소극장운동 본거지 '삼일로 창고극장' 등
  • 등록 2015-12-24 오전 6:07:30

    수정 2015-12-24 오전 7:37:13

옛 뉴욕제과 전경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시간은 흘러가지만 추억은 우리의 가슴에 머물러 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1994·1988’ 시리즈는 우리를 향수의 세계로 이끈다. 과거를 추억하는 장소·물건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붙잡을 수 없는 풍경이다. 정겹던 소극장은 자본의 논리에 설 자리를 잃었고 서울의 대표적인 거리풍경이던 노량진육교는 지난 10월 철거됐다. 근대화의 상징 ‘서울역 고가도로’ 역시 최근 질긴 수명을 다했다. 공중전화, 지하철역 떡볶이 등 일상의 익숙했던 물건도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사라진 마니아 아지트 ‘씨네코드 선재·창고극장’

서울 북촌의 작은 영화관 ‘씨네코드 선재’는 한국 예술영화관의 산 역사다. 1995년 문을 연 예술영화전용관 동숭시네마테크를 전신으로 한다. 씨네코드 선재를 운영해온 영화사 진진은 지난 11월 말 경영악화를 이유로 폐관을 결정했다. 40년 만에 폐관한 명동의 삼일로 창고극장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최초의 민간 설립극장인 창고극장은 1975년 개관 이후 국내 소극장 운동의 본거지였다. 배우 추송웅의 모노드라마 ‘빠알간 피터의 고백’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재정난으로 폐관과 재계관을 거듭하던 창고극장은 결국 지난 10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대학로의 터줏대감이던 28년 역사의 ‘대학로극장’도 지난 3월 폐관했다.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했다. 정재진 극단 대학로극장 대표는 “이대로 가면 가난한 소극장은 살아남을 수 없다”며 “유흥가로 변한 대학로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대부분 문을 닫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일로 창고극장(사진=이데일리DB)


◇추억 속에 묻은 약속장소 ‘리치몬드제과점·종로서적’

스마트폰이 없었던 응팔(‘응답하라 1988’) 세대에게는 잊지 못할 장소가 있었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의 뉴욕제과와 타워레코드, 홍대 앞 리치몬드제과점 등. 1980∼1990년대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약속장소다. 1974년 강남역보다 먼저 생겼던 뉴욕제과와 1979년 문을 연 전통의 빵집 리치몬드제과점은 2012년에 동시에 폐점했다. 그 자리를 메운 것은 대기업 계열의 커피전문점과 의류매장이었다. 시내 한복판에는 이들보다 더 유명한 만남의 장소가 있었다. 2002년 폐점한 종로서적이다. 종로 부근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며 젊은이들의 약속장소로 인기가 높았다.

옛 리치몬드제과점 전경


◇고시생·재수생 애환 ‘노량진역 앞 육교’

지난 10월 노량진역 앞 육교가 철거된 것도 상징적이다. 육교는 1980년 9월 준공해 35년간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과 건너편 고시촌을 이어주던 유일한 ‘다리’. 특히 이곳은 공무원시험 등 각종 국가고시를 준비하던 공시족은 물론 재수생의 눈물과 애환이 서려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육교가 사라진 자리에는 횡단보도가 그려졌다. 근대화의 상징이던 고가차로도 안전문제와 도시 미관을 이유로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광화문과 아현동을 연결하던 서대문 고가도로가, 최근에는 남대문시장과 만리재를 이어주던 서울역 고가도로가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사라지기 전 노량진역 앞 육교.


◇다 어디로 갔지 ‘그 많던 공중전화’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지천이었던 공중전화는 이젠 귀한 물건이 됐다. 실제 전국 공중전화는 급속히 감소해 KT자회사인 KT링커스에 따르면 1999년 15만여대를 정점으로 2015년 12월 현재 절반 이하인 7만대로 줄었다. 박성휴 KT링커스 상무는 “관공서·군부대·복지시설이나 학교 인근, 대로변에 공익적인 이유로 공중전화를 설치해 두고 있다”면서 “다만 치안·방범기능을 갖춘 안심부스나 금융편의 제공을 위한 현금자동인출기(ATM)로 변신하는 부활을 꿈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서민먹거리인 떡볶이와 어묵도 지하철역사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서울 메트로가 역사 내 판매금지 품목에 떡볶이와 어묵을 추가했기 때문.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과 출·퇴근 직장인에게 인기만점이던 먹거리가 음식냄새와 화재위험성을 염려하는 민원에 의해 밀려나게 됐다.

과거 공중전화 부스 모습(사진=KT링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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