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부산에서 만난 70대 택시기사 김성열 씨는 대선 때 누굴 찍을거냐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실제 21일부터 이틀간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을 돌아다니며 만난 6070대 노년층들은 누굴 찍을 것이란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했다. ‘찍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답변이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강한 반감을 보였다. 대선이 보름여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들이 대선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이른바 ‘샤이 안철수’가 될 것인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침묵하는 보수…샤이 안철수가 될까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6%로 수도권을 이어 두번째로 많은 부울경은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이곳은 전통적으로 보수 후보들이 강세를 보였고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61%의 득표율을 얻어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39%)를 크게 앞서면서 야당 패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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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면서도 지지율이 낮아 사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울산에 사는 60대 윤문해 씨는 “언제까지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을 나라 빚으로 줄 거냐. 빚을 줄이려면 홍준표가 최적임자”라고 하면서도 “홍준표는 지지율이 10%도 안되지 않냐”고 했다. 울산에서 택시기사를 하는 복이슬(68) 씨도 “문재인과 안철수는 믿음이 안 가고 홍준표가 경남도지사 일을 잘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대선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울산에 거주하는 60대 윤문해 씨는 “안철수는 마음이 약해서 못 쓴다”면서도 “그래도 북한에 다 퍼줄 것 같다는 문재인보다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홍준표는 최소한 거짓말은 안하지 않냐”면서 홍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해 지지율이 높아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안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그의 개혁의지에 높은 점수를 줬다. 경남 창원 소산시장에서 만난 49세 주부 이숙희 씨는 “우리나라 산업이 어려운 시기에 일자리를 만드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은 과거 새누리당이 하던 패권정치, 흑색선전 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산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당모(49) 씨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문 후보를 찍었지만 최근 안 후보로 지지를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2030세대 유권자들은 안 후보에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울산 울주군에 산다는 대학생 이모(여·24)씨는 “안철수는 말과 태도를 이리저리 바꾸는 것 같아서 별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30대 정모씨도 “안철수는 말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며 “말도 자주 바꾸고 당하고도 이야기가 안 맞지 않느냐”며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만난 박진석(31) 씨는 안 후보를 지지하다가 최근 KBS토론을 보고 문 후보로 갈아탔다. 그는 “문재인이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말하지 않아 논란이 됐는데 나는 오히려 좋게 봤다”며 “대통령이 될 사람이 이미 입장을 정해 행동반경을 좁히는 거 좋지 않은데 오히려 다른 후보들이 지나치게 입장을 정하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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