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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5년 전 단편영화 ‘그녀의 연기’를 찍을 때였다. 배우 공효진이 춘향가의 한 대목을 짧게 부르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공효진이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 나도 스태프들도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그 정체를 알기 위해 국악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영화 ‘만추’ ‘가족의 탄생’을 연출한 김태용(48) 감독이 국립국악원과 함께 국악과 영화가 결합된 이색 공연 ‘꼭두’를 선보인다.
3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꼭두’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 감독은 “국악을 통해 얻은 신기한 체험의 정체가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런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면서 “좋은 배우와 스태프들, 그리고 국립국악원에 소속된 훌륭한 예술인과 함께할 수 있어 작업 과정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15년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의 변사 버전 연출을 시작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영화와 다른 장르가 결합된 복합 공연 작업을 많이 해왔다. 지난해와 올해는 무주산골영화제를 통해 판소리 춘향가와 흥보가를 모티브로 한 ‘2016 필름 판소리, 춘향뎐’ ‘레게 이나 필름, 흥부’를 각각 선보였다.
작품의 소재인 꼭두는 저승길에서 망자를 인도한다고 알려진 한국의 전통 나무 조각상이다. 김 감독은 “몇 년 전부터 꼭두박물관과 김옥랑 선생의 책을 통해 한국에만 있는 장례문화 중 꼭두에 관심을 가져왔다”면서 “국악을 통해 초월적인 세계와 만나는 무대를 선보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김 감독은 “죽은 자를 가장 따뜻하게 받아주는 꼭두는 사람을 묘하게 울리는 부분이 있다”면서 “삶 속에서 예술가가 전하는 위로를 죽음에서는 꼭두가 해준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음악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라디오스타’ ‘사도’ ‘군함도’ 등으로 잘 알려진 음악감독 방준석이 담당한다. 방 음악감독은 “이번 작업을 통해 멀게만 느꼈던 국악도 알고 보면 뼛속 깊숙이 침투해 있는 선율이자 몸의 동작이라는 걸 느끼게 됐다”면서 “국악은 현대음악과 구분된 것이 아닌, 현대와 공존하고 있는 음악이라는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꼭두’는 국립국악원의 대표 공연으로 향후 레퍼토리로 이어갈 계획이다.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꼭두’는 올해 국립국악원이 만드는 작품 중 제작비가 제일 많다”면서 “이번에도 무려 20회 공연을 올리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쉬움이 커 내년에도 공연을 올리기 위해 예산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번 공연을 별도의 단편영화로도 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꼭두’는 오는 10월 4일부터 22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 오른다. 티켓 가격은 3만~5만원. 국립국악원 홈페이지·인터파크·하나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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