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소음]①도보다리 밀담…새·바람이 선물한 평화

남북정상회담 최고의 명장면 '도보다리 회담'
주변 자연음에 한반도 평화 분위기 고조
'백색소음', 치유의 소리로 주목
개인방송 넘어 광고·심리치료에까지 이용
  • 등록 2018-05-04 오전 6:00:00

    수정 2018-05-04 오전 6:00:00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눴다. 이 장면을 생중계로 접한 시민들은 두 정상의 말소리가 배제된 새·바람소리 등 백색소음이 좋았다는 평가를 쏟아냈다.(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최고의 명장면으로는 ‘도보다리 회담’이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선 많은 대화가 오갔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새소리와 바람소리, 이따금씩 들리는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만이 배경을 채웠다. 그 자체로 평화로웠다. 이날 두 정상이 도보다리 벤치에서 전 세계에 전한 메시지는 그 어떤 회담보다도 강력했다. 최근 당시 현장음 만이 담긴 ‘남북정상회담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감각 쾌락반응)’이 등장했는데, 이날 남과 북의 만남에 대한 좋은 기억이 더해지며 지속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ASMR은 새소리, 바람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등 일상의 소소한 소리를 반복적으로 담은 콘텐츠를 말한다. 이런 소리는 귀를 통해 뇌에 전달돼 몸을 이완시키는 작용을 한다. 일상생활에서 긴장된 몸이 서서히 풀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 처음 소개됐을 때 ‘수면유도제’로 불리며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이 찾았다.

ASMR을 제작해 방송하는 예르나 BJ는 “주로 불면증 때문에 잠을 못 자는 이들이나 삶에 지친 분들이 방송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예르나는 유통업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2016년 8월부터 아프리카 TV를 통해 ASMR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예르나 BJ처럼 ASMR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올해 관련 장비 판매량이 전년대비 최대 17배가량 급증했다.

ASMR은 방송·광고업계에서도 상업적으로 자주 이용된다. 지난해 ASMR을 전면에 내세운 풀무원 육개장 칼국수 광고는 유튜브에서 국내 인기 광고 6위에 올랐다. 올해는 경동제약이 가수 겸 배우 아이유를 모델로 내세운 진통제 ‘그날엔’ 광고를 ASMR로 여러 편 제작해 방영했다. 특히 취업 편은 아이유가 취업준비생들에게 속삭이듯 위로하는 방식으로 제작해 3개월 만에 조회 수 430만 회를 돌파했다.

배우 소지섭과 박신혜가 출연 중인 TV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집’에서도 빗소리나 새소리, 마른 장작 타는 소리, 라면을 끓이고 맛있게 먹는 소리 등으로 ‘슬로우 라이프’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ASMR은 미국을 중심으로 대체의학의 한 방법으로 심리치료에도 활용된다.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주로 쓰인다.

강도형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이미 ASMR을 심리치료에 이용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보조 치료법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환자들의 반응이 일반 상담과 비교하면 훨씬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ASMR은…

자율감각쾌감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 속삭이는 목소리,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연필로 글씨를 쓰는 소리, 비가 내리는 소리 등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을 말한다. 이런 류의 소리를 백색소음이라고 하는데 소리의 파동이 비교적 일정하기 때문에 자극적이지 않고 우리 귀에 익숙하며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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