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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필리핀)=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여러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때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줄여야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한 이 총재는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마닐라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는 올려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전망했던대로 연 3% 성장세를 유지하고 물가도 2%대를 수렴한다면, 이걸 그대로 끌고 가면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 불균형이 커진다”며 “금융 불균형이 당장은 문제가 안 되지만 조금 느슨하게 갔다가 1~2년 쌓이면 이때 느끼는 부담은 지금보다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지금은 불균형이 당장은 터질 가능성은 없는데 조금 더 커지면 모르겠다는 것”이라며 “그런 걸 감안하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는 올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그런 상황이 언제가 될 지는 가능한 데이터를 항상 보면서 종합적으로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한은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서서히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으로 돌아서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는 와중에 우리 경제의 회복세도 공고해진다면,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시장은 한은이 올해 하반기 한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를 나홀로 먹여살리다시피 하고 있는 반도체 경기에 대해서는 “IT 전문기관에서 전망한 반도체 매출액 전망을 보니 지난해와 올해는 두자릿수 증가율로 나온다”며 “내년 전망은 한자릿수인데, 그렇게 나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다른 데이터를 보니 내년에도 반도체 경기는 괜찮다는 얘기가 있다”며 “서버 수요로 인해 메모리반도체가 괜찮다는 얘기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