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수난시대…스마트폰·금연법에 '침몰'

2009년 2만1547개서 작년 1만2500개로 42% 감소
대박게임 부재·스마트폰 확산·정부규제 삼중고
작년 6월 금연법 시행 직격탄..단골손님들 집으로
  • 등록 2014-09-01 오전 7:30:00

    수정 2014-09-01 오전 7:30:00

[이데일리 김정민 김성훈 기자] 택시기사인 김영호씨(가명·58)는 한때 사장님 소리도 들었다. 김씨는 2009년 회사 퇴직금과 예금을 털어 경기도 광명시 집근처에 PC방을 차렸다. 스타크래프트 인기가 시들해지긴 했지만 서든어택, 아이온 등 슈팅게임과 롤플레잉게임 인기 덕에 그럭저럭 현상유지는 했다. 그러나 정부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청소년 이용시간 제한, 셧다운제 도입 등 잇딴 정부 규제에 줄어들던 손님은 지난해 6월 PC방 전면금연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김씨는 “급하게 흡연실을 만들었지만 ‘담배도 못 피우는데 뭐하러 돈 들여 PC방에서 게임을 하냐’며 집으로 돌아가는 손님들이 많았다. 손님이 떨어질까봐 흡연을 눈감아 주다 단속에 적발돼 과태료 처분을 받고 문을 닫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스타크래프트 등 PC게임 인기에 힘입어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PC방이 쇠락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를 대체할 만한 대박 게임의 부재, 모바일 게임의 급성장, 정부 규제 강화 등 삼중고에 시달린 탓이다.

3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PC방수는 2009년 2만1547개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전환, 지난해말 1만2500개소가 영업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4년새 42%(8996개)가 문을 닫은 것이다.

PC방 감소는 스타크래프트 이후 게임 매니아들을 PC방으로 불러모을 만한 대박 게임이 등장하는 않은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관계자는 “다른 PC게임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리그오브레전드(LOL)의 점유율이 40%를 넘어섰다”며 “LOL을 대체할 만한 인기 게임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문을 닫는 PC방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PC게임 인기가 예전만 못한 데는 스마트폰 대중화로 인해 온라인 게임의 주도권이 모바일로 이동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모바일게임 산업 규모는 2008년 3050억원에서 지난해 1조2125억원으로 5년새 4배가량 급성장했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자투리 시간에 PC방을 찾아 잠깐씩 게임을 즐기고 가던 손님들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명퇴 직장인들이 앞다퉈 PC방을 차리면서 경쟁이 격화된 가운데 잇따라 발표된 정부 규제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현재 PC방에 직접 적용되는 정부 규제는 9종에 달한다. 특히 작년 6월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으로 PC방내 흡연이 금지된 것이 PC방 쇠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울 중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되자 장시간 게임을 즐기던 단골들이 많이 줄었다”며 “작년 6월부터 PC방이 성범죄 경력 조회 업소에 포함돼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할 때마다 경찰서를 방문해 성범죄 경력을 조회해야 하는 등 말도 안되는 규제들 때문에 영업에 지장이 많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전국 PC방 업체수 추이 (자료=한국 콘텐츠 진흥원, 한국 인터넷 PC 문화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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