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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용 중앙대 교수] 공연 제목부터 독특하다.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서울 구로구 구로동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공연된 ‘판소리 독, 톡하다’는 청소년에 초점을 맞춘 판소리극이다. 국악뮤지컬집단 타루가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 ‘판소리 레인부츠를 신다’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인 옴니버스 시리즈다. 함께 있으면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화와 소통을 하는지를 다뤘다. 그래서 외롭다는 뜻의 ‘독’(獨)과 말하다는 뜻의 ‘톡’(talk)을 가지고 제목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외로움은 사회 전체에 걸친 실존문제인데 우리 사회는 특히 청소년의 외로움에 인색하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구호에 매몰돼 청소년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다 끝내 어느 아파트 고층에서 뛰어내린 다음에야 “이야기를 들어줄 걸” 하는 후회를 반복하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처럼 말이다.
대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계몽주의로 빠지기 십상인데 이번 공연은 판소리와 SNS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요즘 대학로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양구 연출가와 창작국악뮤지컬의 새장을 열어가고 있는 타루의 정종임 대표가 각각 연출을 맡은 단막극 두 편으로 구성했다.
‘女울★곡’은 타루고교 학생 여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스마트폰에 빠져 살던 여울의 휴대폰이 어느날 쉴 새 없이 울리기 시작하고, 계속 초대되는 개미지옥 같은 채팅방에 이상함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친구관계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이 폭력·따돌림 등 잘못된 방법으로 드러나는 구조를 교사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벌어지는 언어폭력과 괴롭힘을 판소리의 풍자와 해학, 한의 승화 형식으로 표현했다.
청소년의 고민과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판소리 어법은 물론 탈춤 등 전통연희와 동물분장, 라이브음악에 현대무용, 영상미디어까지 동원했다. 이질적인 장르를 무리 없이 어울리게 만든 연출력과 공간활용이 돋보인다. 요즘 청소년이 사용하는 SNS 용어를 잘 모르는 성인은 난해한 단어가 종종 출현해 난감해지지만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지장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기말고사를 끝낸 청소년들이 공감하며 함께 웃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공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