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무기]'두꺼비의 번식력 처럼'…국산 기동전력의 모태 'K200 장갑차'

한국 최초의 독자 개발 장갑차 K200
보병수송용이지만 이후 궤도차량 기술 밑거름 돼
K200A1으로 성능 개량, 향후 발칸포 및 박격포도 탑재
말레이시아에 수출까지 성공, 국내 기술력 과시
  • 등록 2017-02-19 오전 8:00:00

    수정 2017-02-19 오전 8:19:02

이무기는 상상 속 동물이다. 이무기는 천 년을 물속에서 살며 기다리다 때를 만나면 천둥·번개와 함께 승천해 용(龍)이 된다. 우리 군은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1960년대부터 국산무기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50년 동안 쌓아온 기술력은 해외 수출로 이어지며 결실을 맺고 있다. ‘용이 된 이무기’ 국산무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육군이 사용하고 있는 무기들은 유독 ‘K’라는 이름을 많이 쓴다. K-1 전차, K-9 자주포, K21 장갑차 등 거의 모든 무기 이름에는 알파벳 ‘K’가 붙어있다. 국내 기술로 만들었다는 의미로 ‘Korea’의 줄임말이다.

K 계열 무기 이름에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K-1 전차는 국내에서 개발한 첫 번째 전차라는 뜻이다. 따라서 K-2 전차는 두 번째 개발 버전이다. K1A1 전차는 K1 전차에 ‘A1’이 추가됐다. 알파벳 ‘A’는 개량을 의미하는 ‘Amelioration’의 줄임말로 K-1 전차의 첫 번째 개량형이라는 의미다. K1E1 전차도 있는데 ‘E’는 강화하다는 의미의 ‘Enhanced’다. K-1 전차의 첫 번째 강화형 정도로 풀이된다.

K-9 자주포는 90년대 개발했다고 해서 숫자 ‘9’가 붙었다. K-10 탄약운반장갑차라는 것도 있는데 K-9 자주포의 탄약보급을 위해 개발됐기 때문에 K-10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K21 장갑차는 한국이 만든 21세기형 장갑차라는 의미다.

K200은 K21과 함께 우리 육군의 주력 장갑차로 활약하고 있는 국산 무기다. 200이라는 숫자는 개발 당시 시험평가에서 200개의 결함을 찾아내 완벽한 성능의 장갑차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K200 장갑차 [출처=국방홍보원]
K200 장갑차, 한국 국방연구개발사에 큰 획

우리나라가 운용한 최초의 장갑차는 6.25 전쟁 이후 미군으로부터 공여받은 M3A1 반궤도식 장갑차다. 이후 미군 장비인 M113 계열 장갑차를 국내에서 정비해 쓰거나 이탈리아 피아트 사의 6614CM 차륜형 장갑차를 기술도입해 국내생산하기도 했다. 우리 군이 국산 장갑차 개발에 나선 것은 미군의 M113 계열 장갑차가 노후화하면서 이를 대체할 장갑차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장갑차는 말 그대로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장갑을 두른 차량이다. 보통 병력을 수송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보병수송이 목적인 장갑차를 보병수송용차량(APC), 공격능력까지 갖춘 장갑차를 보병전투차량(IFV)이라고 한다.

공격 능력이 제한적이라 병력수송용으로 활용되는 K200 장갑차는 사실 첨단과는 거리가 먼 무기체계다. 그러나 산업 기반이 빈약했던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한반도에서 한국인이 운용한다는 기본 개념 아래 외국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무기다. 특히 보병이 전차와 포병과 함께 협동작전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K200은 한국 국방연구개발사에 한 획을 그은 위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한국형 장갑차 개발 사업

K200 장갑차는 길이 5.4m, 높이 2.5m, 폭 2.8m의 차체로 무게는 13.2톤 가량이다. 최대출력 280마력으로 변속기는 전·후진 7단의 영국제 ‘T-300’을 탑재했다. 최대 속력은 70km/h, 항송거리는 480km다. 승무원 3명과 무장병력 9명을 태울 수 있다. 장갑차를 보호하는 연막탄 발사기를 장착하고 있으며 M50·M60 및 K6 기관총으로 하차 보병을 지원사격할 수 있다.

특히 K200 장갑차는 알루미늄 차체라 물에 뜬다. 수중에서 궤도로 추진력을 얻는다. 물 속에서 4~6km/h의 속력으로 이동할 수 있다.

K200 연구개발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아래 1981년 본격화 됐다. 그러나 당시 국내 궤도차량 설계 기술은 전무한 상태였다. 참고자료는 미군의 M113 장갑차 정비유지 도면뿐이었다.

알루미늄 장갑판재 용접을 위해 대우중공업 기술진들은 2개월 동안 해외 교육을 받고 6개월을 공을 들여 알루미늄 동체 구조물 제작에 성공했다.

물론 개발 초기에 문제도 있었다. 1984년 육군 20사단에 처음 도입됐는데 변속기 클러치 문제로 애를 먹었던 것이다. K200의 변속기는 전·후진 7단의 영국제 ‘T-300’을 적용했는데 반자동의 원심 클러치 방식이다. 엔진의 분당 회전수(RPM)가 적정 범위에 있을 때 변속해야 하지만 이를 못맞추면 원심 클러치가 마모된다.

당시 K200 장갑차 운전 교육이 미흡했던터라 한때 K200 변속기 클러치는 생산 중지 검토 단계까지 갔었다. 당시 육군 지휘관들과 ADD 연구진은 장갑차 형상을 변경하고 조종수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애를 썼다.

이후 K200을 개량한 K200A1에서는 출력이 350마력까지 개선됐으며 변속기도 완전자동으로 바뀌었다. 승무원 해치 크기도 키워 기동력과 사주경계도 용이하게 개선됐다.

육군 제11기계화보병사단의 파빙도하 훈련에서 연막탄을 터트리며 얼음을 깨고 하천을 건너고 있는 K200 장갑차 [출처=육군]
두꺼비 번식력 처럼…다양한 장갑차로 계열화 성공

K200의 최초 사업명은 ‘두꺼비’였다고 한다. 두꺼비의 번식력 처럼 K200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계열 무기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실제로 K200 장갑차는 20mm 발칸포까지 탑재 장갑차 뿐 아니라 81mm 및 4.2인치 박격포 탑재 장갑차의 기본형이 됐다. 구난용 장갑차와 화생방정찰장갑차 등도 K200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30mm 쌍열 자주대공포인 ‘비호’와 한국형 단거리 지대공유도무기인 ‘천마’ 개발의 단초를 제공한 무기로 평가된다.

특히 K200 장갑차는 수출에도 성공했다. 지난 1993년 말레이시아가 보스니아 평화유지군으로 1500여명을 파병하는데 K200 장갑차가 선정된 것이다. 당시 대우중공업은 프랑스·영국·터키·중국 등의 유수의 업체들을 따돌리고 K200 기본형 장갑차 32대와 K288 구난장갑차 2대, 지휘장갑차 2대, 박격포탑재장갑차 4대, 구급용장갑차 2대 등 총 42대를 수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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