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이 식당을 운영하면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지만 한편으로 뒷맛은 씁쓸했다. 재벌이 영세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음식점 사업에까지 뛰어들어 그들 생존을 위협하는 행태에 불편한 마음이 들어서다. ‘현명한 소비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며 소비에도 ‘윤리’가 뒤따른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음마저 무거웠다.
이런 고민이 나만의 것은 아닌 모양이다. 최근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가 이슈로 다시 떠오르고 있어서다. 지난 2011년 이 제도 도입 이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됐던 품목들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해제될 예정이어서 해당 분야에서 사업하던 중소업계는 비상이다.
하지만 적합업종이라는 ‘족쇄’가 풀리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대기업들에게 재연장은 언감생심이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3년동안 유효하고 추가 3년 연장이 가능했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분야에서 사업하던 대기업들로서는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이라는 세월을 참고 기다려 왔다.
적합업종 지정만료를 눈앞에 두고 생존을 위협받는 중소업계는 아예 강력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야당의원들을 중심으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적합업종제도의 법제화 움직임에 해당부처인 산자부와 중기청은 요지부동이다. 이 제도를 법으로 만들면 미국등 다른 나라들과 통상마찰이 생길수 있다는 게 정부의 항변이다.
재벌들이 외식업 등 영세 소상공인 업종에 무더기로 진출하는 것은 업력이 길어지면서 기하급수로 늘고있는 재벌2세,3세,4세들 탓이 크다. 재벌 후세들이 검증받지 못한 사업능력과 일천한 경험으로 손쉽게 뛰어들수 있는 분야가 ‘무주공산’격인 영세 소상공인 업종이다. 이런 재벌들의 무분별한 기업확장문화가 강화되면서 훗날 재벌 9세,10세가 넘쳐나는 시기가 오면 어찌될까. 대한민국 골목상권마다 영세상인은 자취를 감추고 재벌들의 점포로 넘쳐나는 광경이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