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재용 부회장 `억만장자 여름캠프` 16년만 결석 아쉬운 이유

美 선밸리 콘퍼런스..日은 있고 韓은 빠져
JY, 1년전 IBM CEO 만나 ''빅스비'' 등 AI 초석
2014년엔 애플과 소송전 취하 담판도 이뤄
美·中 등 대외 악재 풀 민간 역량 키워야
  • 등록 2017-07-18 오전 6:00:00

    수정 2017-07-18 오전 6:00:00

2015년 7월 이재용 부회장의 선밸리 콘퍼런스 참가 때 모습.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구속 기소로 인해 16년만에 이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블룸버그 제공]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7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지니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하고 조언을 구했다. 이 부회장은 ‘왓슨’으로 유명한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분야 강자인 IBM을 롤모델로 삼아 “IBM 같은 회사가 되야한다”고 회사 수뇌부에게 강조해왔다고 전해진다. 로메티 CEO를 만난지 불과 석 달 뒤인 지난해 10월 삼성전자는 미국의 AI 음성인식 분야 스타트업인 ‘비브 랩스’(VIV Labs Inc.)를 2억 1500만 달러(2400억원·시장 추정치)에 인수했다. 비브 랩스는 애플의 아이폰에 탑재된 AI 비서 ‘시리’(siri)의 개발자들이 설립한 회사로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인수한 AI 분야 기업이었다. 이를 발판으로 삼성전자는 ‘갤럭시S8’에 자체 AI 플랫폼인 ‘빅스비’를 적용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부회장이 로메티 CEO와 만나 AI 분야 사업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한 곳이 바로 미국 아이다호 중부의 세계적인 리조트인 선밸리에서 매년 7월 열리는 ‘앨런앤드코 미디어 콘퍼런스’(선밸리 콘퍼런스)였다. ‘억만장자들의 여름 캠프’라고 불리는 이 행사에 이 부회장은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연속 빠짐없이 참석했다.

올해 선밸리 콘퍼런스도 지난 11~16일(현지시간) 엿새 일정으로 열렸고 팀쿡 애플 CEO와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마크 저커버거 페이스북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히라이 가즈오 소니 CEO 등 세계적 기업인과 투자자, 정부 고위 관료 등 3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이번 행사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기소로 인해 16년만에 불참하면서 한국인 참가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행사 참가자들은 선밸리를 둘러싸고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음료와 식사도 함께한다. 여름 휴가를 같이 즐기는 형태로 진행되지만 글로벌 리더들이 모인만큼 기업 M&A(인수합병)이 논의되거나, 경쟁사 간 갈등 해소의 장으로도 활용된다. 실제 이 부회장도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맡게 된 지 두 달만인 2014년 7월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해 삼성전자와 첨예한 특허 소송을 벌이던 애플의 팀 쿡 CEO와 만났다. 그리고 얼마 뒤 삼성전자와 애플은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상호 간 소송을 취하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재계에선 법원의 이 부회장 구속 결정을 존중하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FTA 재협상 요구 등 거세지는 통상 압박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경색된 국면을 민간에서 풀어볼 수 있는 인적 자산을 활용하지 못하는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또 삼성전자 입장에선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M&A 작업이 총수 부재로 중단된 데 따른 불안감도 여전하다. 이 부회장이 이번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했다면 인텔과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IT기업이 눈독 들이고 있는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양방향 정보 통신이 가능한 차량) 등에 대해 글로벌 CEO들과 의견을 나누었을지 모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에 대한 결정적 증거인 ‘스모킹 건’이 40여 차례 공판에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구속으로 인한 선밸리 콘퍼런스 불참은 대외 환경이 어려운 시점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정치권이 풀 수 없는 문제들을 민간 영역에서 돕고 기업의 신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들이 사라져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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