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이라면 한반도를 무대로 하는 전쟁이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달아 감행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위기가 고조된 상태이긴 하지만 일촉즉발의 고비는 넘긴 듯한 기류다. 트럼프와 북한의 김정은이 서로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선제 공격’에 있어서는 주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집결하고 북한이 준(準)전시 체제에 돌입했다는 상황에서도 분위기는 오히려 차분하다.
결국 북한에 대해 외교·경제적 압박 노력이 계속 이뤄지겠지만 이 또한 그렇게 간단치는 않다. 거론되는 해법들이 우리에게 불리한 내용뿐이다.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듯이 한국을 제쳐놓고 미국·북한이 직접 교섭할 수 있다는 방안부터가 그러하다. 그 내용에서도 ‘코리아 패싱’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북한이 어디까지나 미국과 동등한 자격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 할 것이고, 따라서 한국의 존재가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키신저가 과거 ‘대나무 장벽’에 가려 있던 중국을 세계무대로 이끌어낸 장본인이란 점에서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의 구상대로 중국이 부상하면서 그 상대편에 있던 대만이 불이익을 면치 못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내놓고 유엔에서 축출된 것은 물론 미국과의 공식 외교관계도 끊어진 상태다. 중국이 이번 당 대회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만큼 한국이 대만처럼 그 입김에 휘둘릴 소지가 더 커졌다는 것이 현실적인 비극이다.
남북 간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방안도 있겠으나 북한의 진정성이 문제다. 더구나 북한이 우리와 마주앉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북한의 노림수는 체제보장을 위해 미국과 평화조약을 맺는 것이다. 만약 분위기가 급진전해 그런 막다른 골목에 마주쳐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대로 북한의 핵위협 아래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미국의 ‘코리아 패싱’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대북 접근방식에서 거듭 인식 차이를 드러낸 만큼 소통의 한계에 이른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국민들은 오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을 주시할 것이다. 겉으로 웃는 모습만이 아니라 서로 맞잡은 손바닥을 통해 공감대가 제대로 통하는지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