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기생 성폭력]① 권력에 똬리 튼 성폭력

"권력구조 해체 필요" 목소리
'미투' 문화계 넘어 정계 고발
  • 등록 2018-03-07 오전 5:30:00

    수정 2018-03-07 오전 7:39:15

‘미투’ 운동으로 성폭행 논란을 일으킨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가톨릭 신부들의 성추행을 파헤치던 탐사보도팀이 그동안 찾아낸 증거를 바탕으로 문제를 일으킨 신부들을 고발하는 기사를 쓰려 하자 편집장은 “신부 개개인이 아니라 교회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를 만류한다. “교회라는 체계(system)를 파헤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탐사보도팀은 성추행을 저지른 신부들을 폭로하는데만 그치지 않고 이들의 만행을 은폐하려 한 교회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고발하며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다.

권력에 기생해 독버섯처럼 자란 성폭력이 충격적인 민낯을 드러냈다.

한 여검사의 고백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문학인·연극인에 이어 정치인의 권력형 성폭력이라는 현주소를 발가벗겼다. 성폭력 생존자와의 연대로 시작된 ‘미투’ 운동(MeToo·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권력형 사회 구조에 대한 해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6일 성명서를 내고 “안희정 전 도지사의 범죄는 명백한 권력형 성폭력”이라며 “정치권은 성차별적인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와 정무비서를 지냈던 김지은 씨가 안 전 지사로부터 8개월간 4번에 걸쳐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해 한국 사회를 또 다시 충격에 빠트렸다. 김 씨의 폭로는 한 달 넘게 펼쳐지고 있는 한국판 ‘미투’ 운동의 연장선에 있다. 김 씨가 네 차례 성폭행에도 침묵한 것은 안 전 지사의 권력 때문이었다. 김 씨 역시 “그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기에 수행비서로서 아무 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미투 운동으로 폭로된 성추행·성폭력의 사례는 위계와 폭력 등 지위와 힘에 의한 성폭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연출가 이윤택, 배우 조민기, 교수 김태훈, 감독 김기덕 등에게 성추행 및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내가 속한 세계의 왕” “절대적인 권력”이라고 표현했다. 가해자가 지닌 권력 때문에 피해를 입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가해자들도 사회적 명성에 사로잡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잘못을 저질렀음을 인정해 많은 이들을 분노케했다.

‘미투’ 운동을 가십으로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김 씨의 폭로 다음날인 6일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김 씨와 안 전 지사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일각에서는 김 씨의 나이나 학력을 궁금해하고 이번 폭로에 음모론을 제기하는 태도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성폭력 피해자가 국가와 사회를 신뢰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자신의 법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피해자 옹호와 조력 시스템이 견고하게 갖춰져야 한다”며 “2차 피해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성평등과 인권교육을 촘촘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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