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보고서도 공개되나'…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 '좌불안석'

'삼성 보고서 공개' 결정 파장
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6개월마다 설비 배치 등 제출
산업부 '핵심기술 판단' 예의주시
  • 등록 2018-04-11 오전 5:05:02

    수정 2018-04-11 오전 5:05:02

삼성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직원이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90년대에는 일본 반도체 공장에 견학을 가 장비 사이의 거리가 몇 발자국인지라도 알아오려고 기를 썼어요. 그만큼 반도체 업계에서는 공정 간격과 배치 하나하나가 엄청난 정보입니다”

최근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 논란에 대해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산업 기술 유출에 대한 기업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LG디스플레이(034220)까지 정보공개 ‘불똥’이 튀어 핵심 기술을 공개하는 처지에 내몰릴 수 있는 데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전체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돼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작업환경보고서 관련 행정소송과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핵심기술 여부 판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는 고용부와 안전보건공단 등이 산업재해 입증을 위해 6개월마다 기업에게 자료를 제출받아 작성한다.

이 보고서에는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과 공장 도면, 라인별 근로자 수, 공정 이름 등이 담겨 있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미세 공정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도 이같은 자료를 제출했다.

문제는 이 정보가 기업 입장에서는 핵심적인 영업비밀이라는 점이다.

전문가가 작업환경 보고서 내용을 보면 공정별 면적이나 설비 배치, 쓰이는 화학물질 조합을 유추할 수 있어 산업기술이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 수반이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해도 생산 라인을 보여주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보안을 지켜온 이유다.

고용부는 산업재해 피해자나 대리인이 해당 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할 경우 LG디스플레이와 SK하이닉스의 작업환경보고서도 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는 삼성전자 사업장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만 이어지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보고서를 공개한다고 하면 기업으로서는 막기 어렵다”며 “삼성 외 다른 회사도 예외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고용부가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외 다른 사업장의 보고서까지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업계의 우려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고용부의 입장이 법원의 판결 범위를 넘어선 만큼 얼마든지 삼성 외 다른 기업으로도 확대될 수 있어서다.

대전고법은 지난 2월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 한해 공개 명령을 내렸으나 고용부는 삼성전자의 다른 반도체 사업장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작업환경까지 공개키로 했다.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은 만들어진 반도체 칩을 자르고 패키징하는 등 비교적 단순한 ‘후(後)공정’ 사업장이지만, 기흥과 평택 등은 웨이퍼에 직접회로를 그리는 반도체 ‘전(前)공정’을 담당하는 핵심기지다.

업계에서는 한국 수출 산업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과 기술격차를 유지하는 반도체마저 주도권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설계가 달라 일부 정보가 공개되더라도 직격탄을 맞는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중국 등 후발업체가 이 정보를 이용해 기술격차를 줄인다면 한국 전자 산업에는 큰 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작업환경 보고서 공개 문제는 삼성만의 이슈가 아니다”며 “첨단 산업기술을 가진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전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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